2002년은 월드컵 4강 진출, 부산 아시안게임, 아태장애인대회 등 스포츠의 한 해였다. 기자는 지난 9월부터 '포토리포트'를 취재하며 스포츠를 통해 많은 감동을 받았다. 승패에 얽매이는 것보다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도전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사진을 정리 해본다. 그 중 아래 10장을 독자들에게 다시 보여 주고 싶었다. 그 이유는 선택한 10장의 사진들은 표정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6월의 시청은 해방구였다. 거리를 가득 메운 붉은 악마들의 열기는 6월의 태양도 삼켜버릴 기세였다. 사진은 16강이 확정되는 순간 감격에 찬 붉은 악마를 찍은 것이다. 다시 그 감동을 느끼고 싶다.
카메라를 의식했는지 한 여성이 사람 뒤로 숨었다. 여성의 눈에서는 감동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계속해서 카메라를 그 여성에게 고정시키고 기다렸다. 기다린 보답이었는지 감격의 표정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월드컵 사진 중 가장 어렵게 찍은 사진이다.
편파 판정으로 얼룩졌던 부산아시안게임 복싱경기. 라이트 헤비급에 출전한 최기수 선수가 결승전에 올랐다. 우승 후보인 상대 선수를 만나 최 선수는 경기 내내 투지를 불태우며 최선을 다했다. 심판 손은 상대 선수의 손을 들었다. 최기수 선수는 패배를 인정하고 멋진 세리머니로 관중들에게 답했다. 오히려 승자 같아 보였다. 경기가 끝나고 최 선수는 관중석으로 뛰어가 어린 두 딸과 부인을 안았다. 행복해 하던 최 선수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부산아시안게임은 남북 화합의 장이었다. 이 사진은 체조 경기장에서 찍은 것이다. 북한의 김현일 선수가 자신의 경기를 열광적으로 응원해준 남쪽 응원단에 찾아가 어렵게 손을 잡는 장면이었다.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의 명암이 확연했던 부산아시안게임이었다. 관중들도 없이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 안쓰러워 보였다. 당구 경기 9-볼 복식 경기에 정영화 선수가 자신의 실수를 아쉬워 하는 장면이다.
부산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었다. 모처럼 사직야구장은 활기가 넘쳐 보였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20분 가량 꼬마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카메라를 움직이지 않았다. 이 때 한 선수가 공을 주자 어린 꼬마는 그 조그만 손으로 야구공을 받아 쥐었다.
아태장애인대회 휠체어 테니스 이하걸 선수의 결승전이 있던 날. 이 선수는 경기에 대해 부담을 가졌는지 평소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연속해서 실수를 범했다. 경기가 상대 선수에게로 기울어 가고 있었다. 이 선수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아태장애인대회 탁구 경기장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정은창 선수의 약혼녀인 홍모씨의 손이다. 두 손 간절히 응원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김주희 선수가 연습하는 문래동 거인체육관을 찾았다. 연습이 힘들어 보였지만 챔피언의 꿈을 가진 고교생 소녀에게는 모든 게 행복해 보였다.
일산에서 `익스트림 페스티벌 `에서 민이를 만났다. BMX 자전거를 타고 있는 민이는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게 항상 웃으며 즐겁게 즐기고 있었다. 높이 점프를 할 때, 4m나 되는 출발대를 올라갈 때도 민이는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다. 나는 민이에게서 새로운 스포츠의 세계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