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하지만, 영화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별로 바람직하지 못한 기록이 또 한 차례 세워졌다.

여름 극장가의 본격적인 흥행전쟁이 시작된 5월 첫째 주 유니버셜 영화사의 '미이라2 (The Mummy Returns)'가 개봉 3일만에 7010만 달러의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속편의 개봉성적이 전편의 기록 4340만 달러를 62%나 상회하는 성적을 올림에 따라 유니버셜사로서도 3편 제작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것 같다.

'미이라2'의 개봉 성적은 공휴일을 끼고 있지 않은 주의 흥행 기록으로는 2년전 '스타워드 에피소드 1'(6480만 달러)을 넘어선 새로운 기록이다. 휴일을 낀 주의 흥행기록으로도 '미이라2'보다 높은 수입을 올린 영화는 1997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주라기 공원2 :잃어버린 세계'(7200만 달러)가 유일하다.

'미이라2'의 기록 갱신에는 1억 달러 예산의 액션대작과의 맞대결을 피한, 다른 스튜디오의 소극적인 마케팅 전략과 10대 관객들을 대거 불러들인 PG-13의 관대한 관람등급도 한몫 했다. 북미 극장가의 흥행 총수입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나 상회하는 성적을 올리고 있어 작년의 77억 달러를 넘어서는 새로운 기록이 세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화 '미이라2'는 작년의 '글래디에이터'같이 장대한 전투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집트를 침공하려다 실패한 전갈왕(WWF의 수퍼스타 '롹' 드웨인 존슨)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넘기는 대가로 반인반견(伴人伴犬)의 아누비스 군단을 끌고 이집트를 약탈하다 마법이 깨져 홀연히 사라지고 만다.

1편으로부터 10년후인 1935년. 전편에서 사랑에 빠진 릭(브랜든 프레이저)과 에벌린(레이첼 바이즈)은 결혼해 9살된 아들 알렉스를 두고 있다. 부부는 우연히 이집트에서 발굴 작업중 '전갈왕'의 팔찌를 찾아낸다. 이 팔찌의 주인이 전갈왕을 부활시킨 후 곧바로 죽이면 전갈왕이 거느리던 아누비스 군단을 손에 넣어 세계를 정복할 수 있다.

릭과 에벌린 부부의 방해로 다시 잠에 빠졌던 미이라 임호텝(아놀드 보슬루)은 다시 깨어나 런던으로 돌아온 부부로부터 팔찌를 뺏기 위해 마수를 뻗친다. 가족들에 대한 납치극 끝에 임호텝이 팔찌를 가지고 있는 알렉스를 납치해가자 부부와 처형 조나산 카나한(존 한나) 등은 다시 이집트로 돌아가 아들 구출 작전에 들어간다.

2편에서 인물들간의 대화는 10분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영화의 진행에 대한 구구한 설명이 없어 1편을 보지 않은 사람은 영화 내용을 따라오기도 힘들 정도. 중간에 고대 이집트 왕녀의 환생인 에벌린이 입호텝의 애인 아눅스나문과의 악연이 있음이 드러나는 등 새로운 사실이 추가되지만, 전반적인 구성은 1편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롤러 코스터 무비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그같은 줄거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감독인 스티븐 소머즈는 잘 알고 있는 듯. 속편은 새로운 내용을 담기보다는 전작의 변주를 즐긴다. 1편에서 임호텝의 주술에 따라 릭을 태운 비행기를 삼켰던 모래 바람은 이번에는 릭과 에벌린을 태운 비행선을 삼키는 강물로 대체된다.

임호텝이 만든 근위병 미이라들에게 1편에서 시달렸던 릭이 총 한 방에 미이라들을 날려버리자 막판에는 반인반전갈인 전갈왕과의 대결을 배치했다. 전편에서 임호텝의 피라미드가 붕괴되던 장면도 전갈왕의 영혼이 머물던 오아시스 아므셰가 지하로 빨려 들어가는 장대한 스펙터클로 업그레이드된다.

이미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디애너 존스' 시리즈 캐릭터들의 덕에 힘입어 1편 등장인물들을 만들어낸 소머즈 감독은 2편에서는 '주라기 공원 2'을 연상케 하는 수풀 습격신을 만들어 스필버그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거리낌없이 표현했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기억들은 엔딩 크레딧과 함께 순식간에 사라지고, 자녀들과 영화를 관람한 부모들은 컴퓨터게임이나 비디오, DVD 등의 형태로 영화를 '재소비'하려는 아동들의 성화에 다시 한번 직면할 것 같다.

'미이라2' 성공의 이면에는 대작 이벤트 영화의 붐이 불 것이라는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지난 주 워너브러더스사의 '드리번'이 1위를 차지했을 때, 북미 극장가에 상영된 영화 105편의 총수입은 약 6800만 달러. 이번 주 '미이라2'와 맞붙은 전국 개봉작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7천만 달러를 상회하는 '미이라2'의 개봉 수입은 다른 모든 영화들의 수입을 추월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작영화 한편의 개봉 성적이 같은 기간 북미 극장가에서 개봉되는 다른 모든 작품들의 흥행 수입을 합친 것보다도 높다면, 대형 영화사로서도 사업상 '더 크고, 더 현란한 특수효과의 영화'를 더욱 짧은 기간에 더욱 많은 극장에서 개봉해 성공을 거두는 전략에 경도될 가능성이 높다.

'미이라2'의 성공은 5월 중순 시작되던 여름 흥행 시즌이 5월초로 앞당겨질 것임을 시사한다. 96년 '트위스터'(4120만 달러), 98년의 딥 임팩트(4120만 달러), 99년 '미이라'(4340만 달러), 작년의 '글래디에이터'(3480만 달러)가 모두 전몰장병 기념일에 앞서 개봉되어 성공을 거둔 작품들이고, 내년에는 소니 컬럼비아사가 '스타워즈 에피소드 2'의 개봉에 3주 앞선 5월 3일 실사영화판 '스파이더맨'을 내놓을 예정이다.

다음 주에 개봉되는 '기사 이야기'가 개봉에 앞서 실시한 시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흥행 수입이 기적적으로 줄지 않는 이상 '미이라 2'가 다음 주에도 무난히 1위를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이라2'의 위세에 눌린 실베스터 스탤론의 '드리번'은 610만 달러의 저조한 수입으로 2위로 밀려나 '1주 천하'를 마감했다. 탑 10에 랭크된 대부분의 영화들이 극심한 흥행 부진을 겪고 있지만, 르네 젤뤼거, 휴 그랜트가 공연한 코미디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20.3%의 소폭 흥행 감소속에 총수입 5천만 달러에 육박하는 좋은 성적으로 상위권 순위를 유지했다. 거듭되는 재촬영속에 개봉 시기를 놓쳐버린 뉴라인사의 코미디 '타운 앤 컨츄리'는 7위 데뷔 1주만에 10위권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다음은 이번 주 박스 오피스 순위. ( )은 지난 주 순위, +는 데뷔작.

1 (+) The Mummy Returns ............... $70.1 million
2 (1) Driven .......................... $ 6.1 million
3 (2) Bridget Jones's Diary ........... $ 6.0 million
4 (3) Spy Kids......................... $ 4.0 million
5 (4) Along Came A Spider ............. $ 3.8 million
6 (5) Crocodile Dundee in Los Angeles . $ 3.2 million
7 (6) Blow ............................ $ 2.4 million
8 (8) The Forsaken .................... $ 1.5 million
8 (9) Joe Dirt ........................ $ 1.5 million
10(11) One Night at McCool's ...........$ 1.33 million
2001-05-07 10:27 ⓒ 2007 OhmyNews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