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0-5로 승리한 삼성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4.10.15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0-5로 승리한 삼성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4.10.15연합뉴스

압도.

지난 13일과 15일 삼성 라이온즈와 LG트윈스의 KBO리그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두 글자로 요약하면 이렇다. 이보다 더 적절한 단어를 찾기도 쉽지 않다. 삼성은 안방에서 열린 1, 2차전에서 홈런 8개를 포함해 도합 28개의 안타를 폭발하며 두 경기 연속 두 자리 득점을 올려 LG 마운드를 신나게 두들겼다. 특히 삼성의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는 2경기에서 무려 3홈런6타점을 폭발했다.

접전 또는 근소한 열세가 예상되던 마운드 역시 삼성이 LG에게 우위를 점했다. LG의 선발 최원태와 손주영이 5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간 데 비해 삼성의 선발 데니 레예스와 원태인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르는 눈부신 호투를 선보였다. 준플레이오프 7.1이닝10탈삼진 무실점에 빛나는 LG의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대구에서 마운드에 오를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렇다고 삼성도 마냥 웃을 순 없었다. 2차전에서 간판타자 구자욱이 왼쪽 무릎인대를 다쳐 3, 4차전 출전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정규리그 33홈런115타점에 이어 1차전에서 4안타3타점4득점으로 데일리 MVP에 선정됐던 구자욱의 부재는 삼성에겐 엄청난 손실이다. 박진만 감독은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나란히 최고의 타격감을 뽐냈던 윤정빈과 김헌곤을 앞세워 시리즈를 조기에 끝내려 한다.

1-2차전 삼성 연승 이끈 신스틸러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8회말 1사 1,2루 삼성 윤정빈이 타격하는 가운데 배트가 쪼개지고 있다. 2024.10.15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8회말 1사 1,2루 삼성 윤정빈이 타격하는 가운데 배트가 쪼개지고 있다. 2024.10.15연합뉴스

좌익수에 간판타자 구자욱, 중견수에 외야수로 변신한 김지찬을 주전으로 내세웠던 삼성은 시즌 내내 마땅한 주전 우익수를 구하지 못했다. 박 감독은 이성규와 김헌곤, 윤정빈, 김현준 등 여러 선수를 번갈아 투입하며 '우익수 오디션'을 봤지만 주전은커녕 40경기 이상 주전으로 출전한 선수조차 등장하지 않았다. 그렇게 삼성은 우익수 포지션을 불안 요소로 남긴 채 LG와의 플레이오프를 맞았다.

박 감독은 1차전에서 프로 7년 차의 늦깎이 유망주 윤정빈을 2번 우익수로 배치했다. 2018년 삼성에 입단한 윤정빈은 지난해까지 1군 출전 경기가 41경기에 불과했던 무명 선수였다. 하지만 올 시즌 1군에서 69경기에 출전해 타율 .286 7홈런20타점26득점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 속도를 보였다. 윤정빈은 평균 이상의 장타력을 갖췄지만 득점권 타율(.189)이 낮고 주력이 떨어진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그런 윤정빈은 자신의 가을야구 데뷔전에서 그야말로 '대형사고'를 쳤다. 1회부터 2루타를 치고 출루한 윤정빈은 이날 3개의 안타와 하나의 몸 맞는 공으로 5번의 타석에서 4번의 출루를 만들면서 3번이나 홈을 밟는 만점짜리 활약을 펼쳤다. 1번타자 김지찬이 병살타 하나를 포함해 4타수1안타1득점에 그친 가운데 상대적으로 야구팬들에게 덜 알려졌던 윤정빈의 맹활약은 더욱 돋보였다.

하지만 박진만 감독은 2차전에서 1차전 4출루의 윤정빈을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우타자 김헌곤을 2번 우익수에 배치했다. LG의 선발이 좌완 손주영이었기 때문이다.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던 타자를 라인업에서 제외한 박진 감독이 비난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경기가 끝난 후 박진만 감독은 오히려 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김헌곤이 자신의 10번째 가을야구 출전 경기를 '인생 경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좌전 안타로 출루한 후 견제사를 당했던 김헌곤은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LG의 두 번째 투수 유영찬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터트렸다. 프로 14년 차를 맞는 만 35세 노장 외야수의 가을야구 첫 홈런이었다. 그라운드를 돌면서 크게 포효한 김헌곤은 7회에도 김유영을 상대로 또 다시 투런포를 터트리며 3안타2홈런4타점2득점으로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대구에서의 맹활약, 잠실까지 이어갈까

 15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말 2사 주자 1루 상황에서 삼성 김헌곤이 2점 홈런을 치고 있다. 2024.10.15
15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말 2사 주자 1루 상황에서 삼성 김헌곤이 2점 홈런을 치고 있다. 2024.10.15연합뉴스

평소 같으면 박진만 감독이 3차전 선발 라인업을 짜면서 우익수 자리에 윤정빈과 김헌곤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그러나 2차전에서 구자욱이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삼성은 구자욱 없이 3, 4차전을 치러야 한다. 바꿔 말하면 플레이오프 1, 2차전의 '신스틸러'로 활약했던 윤정빈과 김헌곤이 함께 주전으로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윤정빈이 우익수 수비에 특화된 것과 달리 김헌곤은 외야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자원이다. 물론 김헌곤도 젊은 시절에 비해 주력이 다소 떨어졌기에 중견수 수비를 소화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아직 코너 외야는 양쪽 모두 큰 무리 없이 소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수비 포지션은 큰 고민 없이 김헌곤을 좌익수, 윤정빈을 우익수로 출전 시키는 것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역시 타순이다. 윤정빈과 김헌곤은 1, 2차전에서 나란히 2번 타자로 출전해 촤고의 활약을 선보인 바 있다. 많은 주목을 받는 가을야구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야구 선수라면 당연히 한 번이라도 타석에 설 기회가 많은 상위 타선으로 출전하길 원한다.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상·하위 타선을 골고루 소화했던 만큼 박진만 감독이 경기 계획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두 선수의 타순이 달라질 수 있다.

물론 구자욱이 빠졌다고 해서 두 선수가 모두 3차전 주전 출전이 보장될 거라고 100% 장담할 수는 없다. 박 감독이 넓은 잠실 야구장을 고려해 작전 야구를 구사하겠다고 생각하면 작고 빠른 외야수 김성윤이 선발로 출전할 수 있다. 반대로 잠실에서도 장타와 홈런의 장점을 극대화하겠다고 판단한다면 정규 리그에서 22개의 홈런을 때려낸 우타거포 이성규가 선발로 출전할 가능성도 있다.

냉정하게 판단하면 황동재와 임찬규가 맞붙는 3차전은 삼성보다 LG가 다소 유리한 게 사실이다. 삼성이 시리즈를 3차전에서 조기에 마무리하려면 황동재가 엄청난 호투를 선보이거나 1, 2차전처럼 삼성 타선이 화끈한 타격으로 LG마운드를 무너트려야 한다.

1, 2차전의 신스틸러였던 윤정빈과 김헌곤은 3차전의 주인공으로 등극하며 삼성을 9년 만에 한국시리즈로 이끌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2024플레이오프 삼성라이온즈 윤정빈 김헌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