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1인 가구의 증가는 단순한 주거 형태의 변화만을 예고하지 않는다. 냉장고에 담긴 간편식과 소량의 식재료들은 우리의 삶과 사회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반영한다. 이는 소비 패턴뿐 아니라 정서적 소통 방식, 나아가 삶의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뭇 다른 두 개의 영화를 교류하며, 이러한 세태 변화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려 한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Between Calm and Passion, 2003)는 두 주인공이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물리적·정서적 거리감 속에서 점점 멀어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삶의 속도와 방향이 달라지면서 연인은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감정적 거리감은 현대 1인 가구가 경험하는 정서적 고립과도 맞닿는다. 물리적으로는 가까워졌지만, 심리적으로는 더 멀어진 사회적 현상이자 타인과의 관계를 회피하는 현대인의 모습으로 확장한다.
영화 <스시 장인: 지로의 꿈>(Jiro Dreams of Sushi, 2012)에서 작품이 보여주는 장인 정신은 흥미로운 대비를 제공한다. 실존 인물 지로는 오랜 세월에 단련된 완벽함을 추구하며, 타인에게 제공하는 음식에 심혈을 기울인다. 반면, 1인 가구의 냉장고는 이런 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식사를 타인과 공유하지 않고 혼자만의 필요에 맞춘 최소화된 먹거리는 정서적 교감이 퇴색된 생활을 보여준다. 즉석식품과 간편식으로 해결하는 이런 일상은 자족적인 삶의 한 단면을 드러낸다. 관계와 교류를 강화하는 식사가 이들 1인 가구원은 자발적으로 배제한 채, 효율성 위주의 식사 방식을 택한다.
냉장고라는 작은 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