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는 백성들의 안위는 뒤로 한 채 권력의 상징인 경복궁 재건에만 열을 올린다.
넷플릭스
검이 향하고 있는 방향은 검을 쥔 자의 욕망을 나타낸다. 마땅히 백성들을 지켜줘야 할 권력층의 칼끝이 도리어 백성을 향하고 있는 모순. 그리고 그들의 칼끝을 뒤로한 채, 앞장서 왜적을 물리치고 있는 백성들. 권력층의 그릇된 욕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물론, 왜군에 저항하는 백성들도 모두 고상한 의도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지는 않는다. 감독은 평민 이하의 계급들에게도 그들이 쫓는 각각의 욕망이 있음을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계급 제도에 대한 불만이 바로 그것이다. 천민에서 벗어나 평민으로 가고자 하는 마음. 터져 나오는 그들의 한이 깃든 칼날에는 서슬퍼런 분노도 함께 담겨 있었다.
중요한 건, 욕망의 우선순위가 아닐까 싶다. 지배층은 자신들의 권력 유지가 우선이었던 반면, 피지배층은 나라를 지키는 공을 세워 면천을 얻고자 했다. 왜적을 물리친 평민 이하의 민초들이 가지고 있던 의도 역시 아주 선하기만 했다 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개인의 욕망을 먼저 앞세우지 않았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당시의 권력층보다는 훨씬 낫다고 볼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계급의 최고층이라 할 수 있는 왕 선조는 민심을 돌보기는커녕 폐허가 된 경복궁 재건에만 목을 맨다. 권력의 정점에 선 자의 관심이 백성이 아닌 자기 권력 지키기에 혈안이 돼 있는 모습은 불쾌할 정도로 익숙하게 다가왔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이러한 패턴은 역사 속에서 계속 반복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신분제도는 오래전에 폐지됐고 현재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에게 속해 있다. 겉으로는 몇몇 정치인들이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국민이 가진 권력을 잠시 그들에게 일임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하고 그로 인한 갈등 역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대의민주주의라는 명분 아래, 현실의 우리 사회는 권력층과 피권력층으로 나눠져 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모습을 보자. 국가와 국민을 위해 그 힘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권력을 사유화해 국민을 향해 휘두르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가 그들의 손에 힘을 쥐여준 이유는 옛 민초들이 지배층에 기대했던 것과 같다. 우선적으로 국민과 국가를 위해 그 힘을 사용해 달라는 뜻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권력의 칼날이 국민을 향해서는 절대로 안 될 일이다.
영화가 주는 묵직한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