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2017년 3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대 경찰 야구단 연습경기에 참가한 오재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은퇴 이후엔 시끄러웠다. 한 방송사의 야구 해설위원과 모델 활동 등으로 인생 2막에 나선 듯했던 오재원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가 팬 미팅 논란 ▲대선배 박찬호를 향한 뜬금없는 비난 ▲소속팀 감독이었던 김태형 감독(현 롯데)을 향한 폄하 ▲지역 프로구단을 향한 조롱과 비하성 발언 ▲경기중 프로구단들의 사인 무단 노출 ▲삼성 투수 양창섭에 대한 빈볼 의혹 제기와 원색적인 비방 등으로 단기간에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급기야 지난 3월 19일에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며 야구계와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는 오재원이 그동안 야구계에서 일으킨 어떤 인성 논란이나 구설수와도 차원이 다른, '명백한 범죄이자 반사회적인 행위'였기 때문이다.
두산 구단은 오재원 논란이 불거진 뒤 선수단 전원을 대상으로 구단 자체 조사를 실시했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KBO 클린 베이스볼 센터에 신고했다. 관여된 선수들은 각자 변호사를 선임해 경찰 수사를 받았다. 이후 두산은 "오재원이 2021년과 2022년 구단 소속 선수들에게 대리 처방을 강요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인정하며, 야구팬들과 KBO리그 구성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오재원은 은퇴 이후인 2022년과 2023년 사이에도 여러 차례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마약을 보관하는가 하면, 공범인 A씨가 투약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그의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수고 멱살을 잡는 등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오재원은 그동안 마약 투약 혐의 등은 인정했지만, 보복 목적의 폭행과 협박 혐의만큼은 줄곧 부인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진술내용이 일치되고, 사건 직후 오재원이 부인하기보다는 사과하는 취지로 보낸 대화 내용도 존재한다"며 오재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오씨가 멱살을 잡았다는 부분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피해자 면전에서 망치로 휴대폰을 부수는 행위만으로도 협박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오재원은 '야구계 금쪽이'에서, 범죄까지 저지른 진짜 '빌런(Villain, 악당)'으로 전락했다. 한때 그의 플레이를 믿고 응원했던 야구팬들, 팀동료였던 야구계 선후배들보다 실망과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한편, 오재원 사태를 단순히 '개인의 인성'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일부 지적도 새겨야 할 대목이다. 무엇이 이들을 괴물로 만들었는지, 폐쇄적인 야구계 문화 속에서 과연 소속구단과 KBO는 과연 이런 사태를 미연에 파악하고 방지할 수는 없었는지, 구조적인 문제들도 함께 짚고 넘어가야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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