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대부분의 남자들은 병역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군에 입대해야 할 시기가 가까워오면 크고 작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이는 KBO리그 선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야구선수들은 1년 6개월의 군생활을 하면 최대 두 시즌 정도의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입대하는 발걸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처럼 병역혜택이 걸려 있는 시즌이 되면 군미필 선수들의 성적이 올라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기회를 놓친 선수들에게도 실전감각을 유지하면서 병역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국군체육부대의 상무 야구단에 입대하는 것이다. 지난 2019년 또 하나의 군경 야구단이었던 경찰 야구단이 해체되면서 71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상무 야구단은 선수들이 병역의무를 수행하면서 퓨처스리그에 참가해 실전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됐다.
10일에도 KBO리그에 속해 있던 15명의 선수가 군에 입대했다. 이들은 논산훈련소에서 5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후 상무 피닉스 야구단에 합류해 군복무와 퓨처스리그 참가를 병행하게 된다. 특히 이번 입대 명단에는 1군에서 의미 있는 실적을 올린 선수들도 대거 포함돼 있어 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연 이들은 상무에서 기량을 갈고 닦아 오는 2026 시즌 더욱 훌륭한 선수로 소속팀에 복귀할 수 있을까.
상무에서 야구에 눈을 뜬 선수들
물론 서건창과 박찬호(이상 KIA 타이거즈), 채은성, 김태연(이상 한화 이글스)처럼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선수들 중에서도 전역 후 스타로 성장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군부대는 야구를 할 수 있는 장비와 시설, 연습 파트너 등이 턱없이 부족하고 기껏해야 개인훈련 정도 밖에 소화할 수 없다. 반면에 상무에서는 퓨처스리그에 참여하며 꾸준히 경기감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상무 출신 스타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현재 KBO리그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수 중에서 상무 출신으로 가장 성공한 선수는 삼성 라이온즈의 간판타자 구자욱을 꼽을 수 있다. 2012년 삼성에 입단해 루키 시즌을 보내고 곧바로 상무에 입단한 구자욱은 2014년 퓨처스 남부리그 타격 1위에 올랐다. 전역 후 2015년부터 삼성의 주전자리를 차지한 구자욱은 지난 2022년 2월 삼성과 5년 120억 원의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고 10일 현재 통산타율 .315를 기록하고 있다.
상무에서는 좋은 포수들도 많이 배출했다. 실제로 이지영과 김민식(이상 SSG 랜더스), 박동원(LG 트윈스),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박세혁(NC 다이노스) 등은 상무에서 기량을 키운 후 소속팀으로 돌아가 주전포수로 활약했다. 내야수 중에서는 김재호와 양석환(이상 두산 베어스), 노진혁, 나승엽(롯데), 박성한(SSG), 송성문(키움 히어로즈), 천성호(kt 위즈) 등이 상무 전역 후 소속팀으로 돌아가 주전자리를 차지했다.
지금은 KBS N 스포츠의 야구해설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느림의 미학' 유희관은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후 두산의 선발 자리를 차지해 은퇴할 때까지 통산 101승을 따냈다. 또한 2022년 5승 4패 3세이브 30홀드 평균자책점 1.90을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셋업맨으로 활약한 김민수(kt)와 올 시즌 28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1세이브 4홀드 4.18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주고 있는 좌완 김유영(LG) 역시 상무에서 성장한 대표적인 투수들이다.
물론 상무를 다녀온 선수들이 모두 스타로 성장한 것은 아니다. 입단 초기 히어로즈의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 받았던 고원준은 롯데를 거쳐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후 2016년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두산에서 고작 1승 밖에 추가하지 못하고 2017 시즌이 끝난 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상무 입대 전까지 7년 동안 51세이브 61홀드를 기록했던 사이드암 심창민(NC) 역시 전역 후 4년 동안 세이브 없이 19홀드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각 구단 핵심선수 및 유망주들 대거 입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