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효 광주FC 감독

이정효 광주FC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정효 프로축구 광주FC 감독이 감정적인 언행으로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정효 감독이 지휘하는 광주는 2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4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에서 1-1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광주는 후반 1분에 터진 최경록의 헤딩 골로 앞나갔으나 경기 종료 직전 통한의 페널티킥을 내줬다. 심판은 문전 경합 상황에 대한 비디오판독(VAR) 끝에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이 광주 빅톨의 팔에 맞았다고 판정했다.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무고사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키면서 인천은 귀중한 승점 1점을 안았고, 광주는 아쉽게 승점 3점을 놓쳤다.
 
그런데 경기 직후 보여준 이정효 감독의 언행이 축구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경기 종료 후 서로 인사를 나누던 인천과 광주 선수단 사이의 약간의 마찰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PK를 넣었던 무고사와 이정효 감독이 언쟁을 벌였다. 상대팀 감독과 선수가 마찰을 빚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다행히 구단 관계자들과 심판진이 말리며 그 이상의 충돌로 번지지는 않고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무고사가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밝힌 당시 상황은 이랬다. "경기 후 상대 선수들에게 악수를 청했는데, 광주의 한 선수가 나의 악수를 피했다. 그래서 상대 선수를 향하여 '존중'을 요청했는데, 이정효 감독이 다가와 나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무고사는 악수를 거부한 광주 선수가 누구인지, 이정효 감독이 구체적으로 자신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고사는 "감독이라면 승패와 상관없이 선수들에게 존중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이 감독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광주 측은 무고사의 주장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이정효 감독의 돌발언행은 무고사와의 충돌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경기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정효 감독은 경기 상황에 대한 질문에 연거푸 의미심장한 표현과 단답형 답변으로 일관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효 감독은 1-1로 끝난 경기 결과에도 "내가 경기를 봤을 때는 '무실점'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는 실점했는데도 무실점으로 보는 이유에 대한 추가 질문이 나오자 이 감독은 답변을 거부했다. 경기 막판 페널티킥 판정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정효 감독은 취재진의 연이은 질문에 계속해서 "말할 수 없다", "직접 보지않았느냐"면서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보다 못한 한 기자가 기자회견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자, 이 감독은 "(듣기 싫으면) 안 들으면 되지 않냐. 나와 싸우자는 거냐. 정중하게 따로 시간을 내서 물어보라"고 응수하며 더욱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정효 감독의 까칠한 반응은 경기 결과에 대한 불만 때문으로 보인다. 광주는 이날 무승부로 5승 1무 8패, 승점 16점을 기록하며 7위에 머물렀다. 만일 인천을 잡았다면 순위를 바꿔 6위까지 도약할 수도 있었다. 다잡았다고 생각했던 경기를 놓쳤으니 감독 입장이 이해는 된다.
 
하지만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프로 감독이 감정적인 대응을 한다는 것은 자승자박이 될 뿐이다. 아무리 감독이라고 해도 선수들간의 언쟁에 끼어들어서 상대팀 선수에게 호통을 친다는 것은, 상대팀에 대한 예의와 존중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다. 또한 기자회견은 감독과 언론이 사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게 아니라, 팬들의 알 권리를 위해 축구와 경기에 관련된 상황을 설명할 의무가 있는 엄연한 '공식 석상'이다.

이정효 감독은 기자회견에 몸은 참석은 했지만 사실상 불성실하게 '태업'을 했고 이를 지적하는 언론에게는 도리어 '화풀이'를 하는 기행을 일삼은 것이다.
 
문제는 이정효 감독의 이러한 비정상적인 언행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정효 감독은 지난해 FC서울과의 경기 패배 이후 "이런 축구를 하는 팀에게 졌다는 게 분하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전북 현대를 상대로는 "페트레스쿠 감독의 연봉이 궁금하다"고 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여러 차례 일삼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일반적인 국내 감독들과는 다른 이정효 감독의 발언 스타일을 두고 '솔직하다', '리그 흥행을 위한 화끈한 입담' 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광주가 지난 시즌 3위까지 올라서며 돌풍을 일으키자 이정효 감독은 지도력과 스타성을 동시에 증명했다는 의미에서 'K-무리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솔직함과 무례함은 엄연히 다르다. 독설의 원조인 주제 무리뉴 역시 감정에 치우친 무수한 설화와 비매너 행위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여러 차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더구나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았을 때 섣부른 언행은 오히려 역풍을 맞기도 쉽다. 올시즌 광주가 한때 6연패 수렁에 빠지는 등 지난 시즌과 달리 기복심한 행보를 보이며 이정효 감독의 언행도 점점 위험한 수위를 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판정불복을 암시하는 발언'에 '무고사를 향한 호통', '기자회견 태업'에 이르기까지 이정효 감독이 인천전에서 보여준 행태는 프로 감독으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운 모습들이었다. 이제는 이정효 감독의 언행에 대해 연맹 차원에서의 제재와 가이드라인도 필요해보인다. 누군가의 존중을 받고 싶다면 이정효 감독부터 먼저 상대 구성원들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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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효감독 광주FC 무고사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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