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피치 퍼팩트> 시리즈로 이름을 날린 배우 애나 켄드릭의 감독 데뷔작 <오늘의 여자 주인공>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켄드릭은 감독직을 수행함과 동시에 영화의 주연을 맡기도 했다. 본작은 1970년대에 실제로 일어났던, 연쇄살인범이 텔레비전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건의 전후를 다룬다.
대중의 이목을 끈 강력 범죄자를 다룬 미디어는 줄곧 '가해자에게 지나친 서사를 부여한다'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범죄자 본인을 사건의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관객이 피해자 대신 가해자에게 이입하게끔 각색했다는 것이다. 연쇄살인범이자 식인귀였던 제프리 다머를 다룬 <다머>, 그리고 '도끼 살인마' 캔디 몽고메리를 다룬 <러브 & 데스>등 최근작 역시 이러한 지적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지 못했다.
<오늘의 여자 주인공>은 이러한 잘못을 답습하지 않는다. 연쇄살인범 '로드니'의 성장기나 살인 동기에 집중하는 대신, 피해 생존자인 '셰릴'과 '에이미'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그러면서도 자칫 부족해질 수 있는 극적 긴장감 역시 성공적으로 조성했는데, 이는 이야기의 '악당'을 연쇄살인범이 아닌 '여성을 비인간화하는 사회 전체'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악역은 살인마 아닌, 살인 조장하고 방관하는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