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만난 스티븐 오 XM2 대표. 한국 영화제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스티븐 오
"사실 할리우드가 문을 두드린다고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한 번 들어가서 믿음을 쌓기 시작하면 되는데 거기까지 가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우린 짧은 시간 안에 그래도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신뢰받는 업체가 됐다. 그 과정에서 쌓아온 유산을 이젠 한국영화계에 나누고 싶다."
취미로 모형 헬기를 날리던 공학도가 할리우드 입성 10년께 굴지의 최대 제작사와 협업하는 존재가 됐다. 재호동포 스티븐 오(한국이름: 오창원, 1974년생)는 호주 멜버른과 미국 LA, 애틀란타, 런던 등 4개 지사를 두고 있는 엑스엠2(아래 XM2)의 대표다. 최근엔 서울 성수동에도 지사를 마련해 인천에 건립 예정인 대규모 촬영 단지 사업에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인 지난 4일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본인이 이룩해 온 과업을 설명하며, 한국영화 관련 협업계획을 밝혔다.
집요함의 끝
<미션 임파서블:데드 레코닝 파트 원>의 한 장면. 배우 톰 크루즈가 바이크 한 대에 의지해 절벽에서 낙하하는 장면은 영화 스턴트사에 길이 남을 순간 중 하나였다. 그 24초의 장면을 위해 한국 돈으로 약 200억 원이 투입됐다고 한다. 바이크가 솟아오르다 급강하하는 장면을 바로 오 대표의 XM2가 개발한 특수 드론으로 촬영했다.
이뿐이 아니다. <스타워즈: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존 윅4>,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007 노타임 투 다이> 등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에 XM2 기술이 사용됐다. 특정 작품을 위해 최근엔 100kg 무게를 지탱하면서 최고 시속 190km까지 낼 수 있는 고속 드론을 개발하기도 했다. 여타 경쟁 업체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시도들이며, 짧은 시간 안에 할리우드 최고의 특수 촬영 전문 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사실 그전까지 XM2는 광고 회사였다. 제가 공대 출신이기도 하고 취미로 모형 헬기를 날리곤 했는데, 카메라를 단 모형 드론을 개인용으로 개발했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촬영 감독님이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같이 해보자고 제안주신 게 할리우드 첫 작품이었다.
그때 호주에서 촬영하는데 처음엔 카메라 스태프들이 우릴 무시했다. 4K 카메라를 처음엔 달고 드론을 날렸는데 화질이 더 좋고 더 큰 알렉사 카메라를 감독이 원하더라. 3주만 시간을 달라 해서 40kg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걸 개발했다. 원래 3주만 일하고 빠질 거였는데 6개월 내내 함께하게 됐다. 나중에 디즈니에서 결과물을 너무 좋아해서 LA에 지사를 차리라고 하더라. 그게 우리의 첫 할리우드 입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