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센텀CGV에서 진행된 영화 <개와 사람에 대하여> 관객과의 대화 현장.
부산국제영화제
한 관객은 영화에 등장하는 텔레그램 속 영상들을 지적했다. 오리가 텔레그램 대화창이나 스트리밍 플랫폼을 시청하는 장면이었는데, 시체와 폐허가 된 터전 등을 날것 그대로 전하는 각종 인플루언서들의 영상이었다. 이 관객은 "정제를 거치지 않은 각종 영상들로 극단화 된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서로가 날 것 그대로 감정을 표출해서 지금의 분쟁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며 "이스라엘 안만이 아니라 바깥 사람들에게도 납득이나 이해를 시켜야 할 대목이 있지 않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일종의 객관성 유지'라고 이해한 대니 감독은 "사건 발생 후 시간을 보내며 관찰하고 그때의 먼지가 잦아들길 기다리는 방법과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안에 직접 뛰어들어 묘사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 영화는 후자"라면서 "그래서 따로 대본을 짜지 않았고, 실제 상황에 관객들이 함께 빠질 수 있도록 정수를 전달하기 위해 영화라는 매체를 활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또다른 관객은 "주인공 시점이기에 그 감정에 대입할 수밖에 없다. 영화엔 선량한 이스라엘 사람들이 나오는데,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팔레스타인이 테러리스트"라며 "마치 힘의 균형이 실제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있는 것처럼 묘사된다. 실제로는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람이 죽어 나가고 있다. 균형감 면에서 좀 영화가 치우친 면이 있다"고 물었다.
그러자 서승희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사전에 감독님과 나눈 대화가 있었다. 이 부분은 꼼꼼하게 통역해달라"고 덧붙였다.
대니 감독은 "실제 팔레스타인 아이가 사망하는 일을 다룬 영화 많지 않았는데 우리 영화가 다루고 있고, 영화 속 팔레스타인 남성이 자신의 손으로 묻은 희생된 가족의 이름을 (종군 기자에게) 말하는 장면도 있다"며 "전 세계에서 어떤 상황을 겪는지 말했기에 일종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증거라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그런 해석이나 질문이 가정하고 있는 바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어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이 어떻게 공격을 당했고, 가자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도 보여준다"며 "어떤 아이가 이스라엘 아이인지 팔레스타인 아이인지 구분하긴 어렵지만 영화에선 가자에서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일들, 이스라엘 공격으로 고통받았던 가자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리 아비노암은 "첨언하자면 뭔가 가르치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우리가 정치인이 아니고 영화인이기 때문에 한 여자아이의 상실의 경험을 다루는 것에 집중했다"며 "넓은 의미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