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 방송화면 갈무리
넷플릭스
메뉴 선정도 탁월했다. 심사단 100인의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 '가자미 미역국'이라는 익숙한 한식을 준비하는 영리함을 보여줬고 "초심으로 돌아가 오늘이 생일"이라는 스토리텔링으로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또, 재료를 선점하는 노하우로 상대팀을 혼란에 빠뜨렸다. 경력이 오래된 대가들을 지휘하는 카리스마도 돋보였다(놀랍게도 최현석과 에드워드 리, 안유성은 동갑내기로 밝혀졌다).
"특수한 상권이라고 판단을 했고, 이 컴피티션(대결) 자체가 매출 볼륨을 높이고 합리적인 좋은 음식을 선사하기 위해 객 단가를 높여야 된다고 판단을 했고요." (최현석)
3라운드에서 리더로서의 역량을 증명했다면 4라운드에서는 사업가로 빛났다. 자체 우승 투표에서 상위 3위 내에 들어 또 다시 리더로 선정된 최현석은 팀을 나눠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미션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각 팀은 레스토랑의 메뉴와 가격을 직접 선정해야 했는데, 제작진의 의도를 간파한 최현석은 '억수르 기사식당'이라는 이름을 내걸며 고가의 음식들로 메뉴를 구성했다.
최현석의 판단은 적중했다.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는 '먹방러' 손님들은 바닷가재 반 마리가 들어간 파스타와 캐비아가 듬쭉 들어간 알밥을 과감히 소비했다. 억수르 기사식당은 영업시간 2시간 30분 동안 477만4000원의 매출을 올려 2위 '트리플 반점' 222만 원, 3위 'Jang 아저씨 식당' 149만8100원, 4위 '방송국도 줄서는 식당' 134만8000원을 압도했다.
스타 셰프가 보여준 '인생의 진리'
"봉골레 제일 잘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최현석)
최현석의, 최현석에 의한, 최현석을 위한 <흑백요리사>의 화룡점정은 5라운드 '인생을 요리하라' 미션이었다. 최현석은 첫 직장이었던 '라쿠치나'의 하루를 회상했다. 이탈리아어로 소통하며 정신없이 일하던 날, 선배가 냉장고로 불러서 '심부름을 시키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엎어진 우유 박스 위에 봉골레 한 접시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 지친 막내 기살리기 전통이었던 모양이다.
그때 최현석은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한다면 봉골레를 제일 잘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다양한 시도 끝에 마침내 그리 됐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인생을 담은 요리라는 점에서 미션을 잘 이해한 결과물이었다. 안성재 셰프는 맛이 조금 빈다고 아쉬워 했고, 백종원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심사 결과는 나폴리 맛피아에 1점 뒤진 아쉬운 2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