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코파71 > 중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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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남자 월드컵이 대흥행에 성공하자, 멕시코는 기세를 몰아 여자 월드컵 대회를 열고자 시도한다. 때마침 여성 축구 경기 금지 조치가 해제(일부 국가 제외)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인 피파(FIFA)는 여성 월드컵 유치 시도에 반발하며 행사 개최에 반대한다. 피파가 돌아서자 각국 축구협회와 연맹들도 이에 뒤따랐다. < 코파71 >에서 인터뷰한 역사학자의 말에 의하면 "남성 중심의 당시 축구계는 몹시 보수적이었으며 남성 임원들의 권위와 결정권이 위협받을까 두려워했다"고 한다. 피파와 여러 국가 축구협회에 여성 임원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이같은 반발에도 미국, 영국, 프랑스, 멕시코, 아르헨티나, 덴마크 6개 국가에서 여성 축구 국가대표팀을 결성했고 5개국 선수단은 최초의 여자 월드컵을 위해 멕시코행 비행기를 탔다. 축구화, 경기복 등 용품 협찬도 없었고 일부 팀은 이동을 위한 비용도 제공되지 않아 사비를 털어야 했다.
개막전부터 결승전까지 스타디움에 11만 관중이 꽉 들어찰 정도로 1971년 여자 월드컵의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한 경기에 11만 명이라고 하면 지금까지도 역대 여성 축구 역사상 최다 관중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선수들의 실력 또한 굉장했다. < 코파71 >에 등장하는 여성 축구 대표팀 선수들의 프리킥, 드리블, 슈팅은 당시 남자 월드컵에서 볼 수 있던 명장면과 견주어도 화려했고, 비교하지 않고 보더라도 놀라운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1971년 여자 월드컵은 묻혔다. 멕시코 현지의 응원과 취재 열기는 대단했지만, 그 외 유럽과 북미 국가들은 관심을 주지 않고 보도조차 거의 하지 않았다. 약 50년의 여자 축구 경기 금지 조치에 이어서 또다시 50년 동안 여자 월드컵의 역사가 최근까지 묻혀버린 셈이다.
당시 우승팀 덴마크 여성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였던 두 사람, 앤과 비르테는 < 코파71 > 인터뷰 중 "우리의 우승을 (남성 축구의 흥행을 위한) 발판으로조차 이용하지 않았다. 도대체 왜?"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자 축구 인기 뜨거운 시대, 다시 돌아보는 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