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전북 전주시 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행사에서 배우 변우석이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지난 5월 전북 전주시 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행사에서 배우 변우석이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과잉 경호는 팬들에게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폭력이다. 그래서 최근 '탈케'했다."

배우 변우석의 과잉 경호 논란을 두고 20대 A씨가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K팝 아이돌을 좋아하는 그는 "경호 등을 이유로 팬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에 질렸다"면서 K팝 덕질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탈케(탈(脫) 케이팝)를 선언했다. 

1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A씨는 "경호라는 이유로 팬들에게 당연하듯 행해졌던 일들이 많았다"라며 "음악 공개방송이나, 팬 미팅에서도 경호원들이 보안을 이유로 팬들을 밀치고 폭력적인 발언을 해왔다. 연예인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인권위까지 등장한 '과잉 경호' 논란

앞서 지난 12일 변우석은 홍콩에서 열리는 '아시아 팬 미팅' 투어를 위해 출국했다. 당시 공항에는 변우석을 보기 위한 팬들과 기자들이 몰려있던 상황이었다. 경호업체는 인파를 막기 위해 공항 게이트를 통제해 승객의 출입을 막고, 라운지를 이용하려는 일반 승객에게 플래시를 쏘며 여권과 항공권을 임의로 검사해 논란이 됐다. 해당 장면이 담긴 글과 영상이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졌고, 아이돌과 배우 팬덤 사이에서 '빈번히 발생해온 폭력'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후 지난 14일 한 누리꾼이 국가인권위원회에 '과잉 경호'와 관련해 진정을 제기했다. 해당 민원에는 "과잉 경호 논란에 따른 인권 침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위법행위가 발견될 시, 수사 의뢰를 하는 등 엄중한 처분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결국 지난 15일 배우 변우석의 소속사 바로엔터테이먼트는 '과잉 경호'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지난 12일 인천공항에서 당사 아티스트 출국 시, 경호 업무를 수행하던 과정 중 이용객 여러분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속옷 검사에 골절까지... '인권' 사라진 팬덤  

사실 연예인 팬덤을 향한 '과잉 경호'는 일상이다. 아티스트를 보호하거나 잘못된 팬을 바로잡는다는 등 좋은 명목 하에 행해지지만, 경호를 넘어서 폭력 행위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2월에는 '엔시티 드림(NCT DREAM)'의 경호원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여성 팬을 거세게 밀어 벽에 부딪힌 팬이 늑골이 골절되어 전치 5주의 병원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경호원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같은 해 7월 글로벌 아이돌 그룹 '앤팀(&TEAM)'의 팬 사인회에서는 경호와 관련해 성희롱 논란도 있었다. 일부 팬들을 대상으로 속옷 검사까지 이뤄졌기 때문이다. 당시 이를 경험한 한 팬은 자신의 SNS에 "가슴을 만지다가 작은 공간으로 데려가 옷을 올리라고 했다"며 과잉 경호에 "수치스러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후 앤팀의 소속사인 하이브 엔터테인먼트는 "전자장비를 몸에 숨겨 반입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해 여성 보안요원에 의해 진행됐다"며 "보안상의 이유라고 해도 팬분들을 불편하게 할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한 아이돌의 팬이라는 10대 B씨는 "경호원이 밀치고 욕을 하는 등 일을 하도 많이 겪어서 이게 폭력이라는 생각도 못했다"면서 "그래서 변우석의 과잉 경호를 보면서도 왜 논란인지 의아했다. 우리는 매일 겪으니까 팬이 아닌 일반인에게 해서 문제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앞서 탈케를 선언한 A씨는 "좋아한다는 이유로 팬들을 함부로 대하는 문화에 질렸다"며 "콘서트부터, 팬 미팅까지 돈을 많이 쓰는 소비자인데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 곳은 덕질 문화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변우석 과잉 경호 논란을 두고 "만약 일반인이 아닌 팬들만 피해를 입었다면 이 정도로 화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팬덤은 '잠재적 가해 인물'이 아니다
 
 지난 5월 전북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서 영화 팬들이 휴대전화로 변우석 배우를 촬영하고 있다.

지난 5월 전북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서 영화 팬들이 휴대전화로 변우석 배우를 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K-문화의 위상이 높아지며 한국은 물론 해외까지 인기 열풍이 퍼지고 있지만, 팬을 존중하는 문화와 관련해서는 아쉬움이 많다. 팬들 역시 건강한 팬덤 문화를 지향해야 하지만, 대부분 어린 여성인 팬들을 향한 폭력을 경호라고 할 수는 없다. 

변우석 과잉 경호와 관련해 여러 팬들이 고개를 끄덕인 '경호 방식'도 있다. 최근 아이돌 팬 사인회 장소로 유명한 동자아트홀은 '과잉 경호'를 금지한다는 안내문을 게시했다. 해당 안내문에는 "경호는 권력이 아니다.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 의뢰인을 보호하는 것이지 관객 내지 문화 소비자를 잠재적 가해 인물로 인식해서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명시했다. 

연예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안전을 중시하는 것과 팬들을 존중하는 것은 상충하는 행위가 아니다. 경호는 해당 연예인뿐 아니라 팬들도 함께 지켜야 한다. 연예인과 K-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을 문화 소비자로 여기며 팬들과의 관계를 유지해 갈 때, '탈케 선언'도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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