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허경영 왕국-하늘궁의 영업 비밀'편의 한 장면
'허경영 왕국-하늘궁의 영업 비밀'편의 한 장면MBC
 
대중들에겐 기행을 일삼거나 유쾌한 정치인으로 기억되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 그는 불과 수년 만에 재산을 6배 이상 불렸고, 정치인, 인기 강연자에서 더 나아가 어느덧 메시아 혹은 신인(神人)으로 추앙받는 인물로 거듭나고 있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였으며, 지금처럼 세력을 급속히 확장할 수 있었을까? 허경영의 실체를 지난 4일 MBC에서 방송된 < PD수첩 > '허경영 왕국-하늘궁의 영업비밀'편에서 파헤쳤다.

허경영만의 특별한 치유법?

취재진은 허경영씨를 알게 된 후 그를 믿고 따르게 됐다는 이현숙씨 부부를 찾았다. 부부의 집 안엔 우유들로 가득했다. 허경영의 이름이 적힌 이른바 '불로유'였다. 유통기한이 모두 6개월 이상 지난 것들이었다. 그렇다면 불로유란 무엇일까. 시중에서 판매하는 우유에 허경영씨 이름을 적거나 사진을 붙이면 그게 바로 불로유가 된다. 우유에 허경영씨만의 특별한 암흑에너지가 생성돼 오래 둬도 썩지 않는단다. 허경영씨는 이 불로유가 만병통치약이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지금 전쟁이 나면 원자탄이 터지거든. 불로유 먹고 앉아 있으면 되는 거야. 핵물질이 떨어져도 피부도 안 다쳐." 

현숙씨 부부는 이 불로유 효과를 톡톡히 봤단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불로유를 먹을 뿐 아니라 화장품처럼 얼굴에 바르기도 한다. 고지혈증과 고혈압이 있던 남편은 불로유 섭취 이후 증세가 크게 호전돼 병원에서 이제 올 필요가 없다고 말할 정도란다. 전 허경영 지지자 정영자(가명)씨는 "암 환자나 정맥류 있는 사람, 피부병 걸린 사람도 이 불로유를 바르면 만병통치약이라고 다 나았다"고 주장한다. 

허씨에겐 또 다른 '치유 능력'이 있었다. 자신의 손길이 닿으면 아픈 곳이 모두 감쪽같이 사라진다는 그야말로 기적 같은 치료법인데, 허씨에게 이 치유를 받다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제보자가 있었다. 취재진이 그녀를 만났다. 전 허경영 지지자 장미진(가명)씨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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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장에 가면 사람을 대놓고 눈빛 맞추고 머리부터 쓰다듬으면서 뒤로 돌아 남자고 여자고 엉덩이를 막 터치하다가 껴안더라고요."

"치료하면서 예쁜 여자가 있으면 '너는 유방암이다, 대장암이다' 이러면서 손이 들어가요. 가슴 속까지 손을 넣어 만지고 팬티 속까지 손을 집어넣고. 저도 아프다니까 엉덩이에 손을 쓱 집어 넣대요."


심지어 배우자 앞에서도 이런 기행이 이뤄지곤 했다. 치유행위가 아닌데 보다 노골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제보자도 있었다.

전 허경영 지지자 정영자(가명)씨는 "갑자기 포옹하는데 한 손으로는 포옹하고 다른 손은 속옷 속으로 들어갔어요. 여자들은 민감한데 손가락이 쑥 들어오니 너무 놀라서 뒤로 몸을 뺐지요"라고 말하며 허씨가 은밀한 곳까지 만졌다고 주장한다.

허씨의 지지자였던 하늘궁 회원 22명은 지난 2월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고, 경찰은 허씨의 자택과 강연장을 압수수색했다. 그렇다면 허씨를 이렇게 만든 건 무얼까. 자신에게 이런 '놀라운 능력'이 실제로 있다고 믿는 걸까. 허씨의 과거를 들춰보았다. 

정치인에서 인기 강연자... 그리고 메시아가 된 허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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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대, 17대, 그리고 20대까지 세 차례나 대한민국 대통령에 도전한 인물, 바로 허경영씨다. 그는 40살에 신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으며, 1992년 진리평화당을 창당하면서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15대 때는 박정희를 존경하는 젊은 정치인 이미지를 구축하였고, 17대 때는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의 결혼설을 퍼뜨리며 논란이 됐다. 이 사건으로 허씨는 1년 6개월간의 실형을 살게 된다. 역설적으로 이 사건은 그가 오늘날의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게 되는 변곡점이었다.
 
허씨는 2009년 출소 후 음반을 내고 TV의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비춘다. 그의 엉뚱한 기행이 되레 대중들에겐 친숙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로 다가갔다. 온라인에서는 그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이미지들이 밈화되어 소비되고 있었다. 그렇게 신드롬까지 불러 일으키며 일약 스타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허씨다.

이후 그는 또 다른 변신을 꾀한다. 강연자로서 말이다. 물론 조력자가 있었다. 허씨 초기 투자자였던 박경자씨에 따르면 뮤직비디오 제작을 비롯해 허씨에게 많은 돈을 투자했다고 한다. 박경자씨는 "제게 와서 사자성어 강의를 하잖아요. 이 좋은 강의를 저 혼자 듣기가 너무 아깝다"라고 판단, 허씨에게 자신이 관리하는 빈 사무실에서 회원을 모아 주말마다 강연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단다. 

강의 내용은 주로 철학, 윤리, 자신의 공약에 관한 것이었으며 그의 강연이 입소문을 타고 회원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6년 후 허씨는 자리를 옮겨 서울 종로의 대형 사무실에서 강연을 하게 된다. 후원자들까지 생기니 그를 믿고 따르는 회원수도 덩달아 급증했다. 강연자로서의 허씨는 대단했다. 화려한 언변을 무기로 다양한 배경지식과 자신의 정치 철학을 쏟아내며 많은 사람의 마음을 훔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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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허경영 지지자 권예순(가명)씨에 따르면 "전에 봤던 허씨는 코미디언 같은 느낌이었는데 강연은 절대로 그런 내용이 아니"라고 말한다. "가정이 돈 때문에 깨지는데 국가가 그걸 해줘야 한다. 기본적으로 돈 때문에 인권이 유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던 그의 말에 크게 공감됐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전 허경영 지지자 장미진(가명)씨도 "그 당시 정치에 관심 없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이런 사람이 있는가 싶어 허씨를 너무 존경하게 됐어요"라고 말한다.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그에 따라 강의 내용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메시아, 신인이라는 지칭이 이때부터 불거지기 시작한다.

김태경 서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허씨가 말하는 족족 지지자들이 '허경영!' 이라고 외치는데 자아가 팽창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점점 더 거대한 얘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허경영이라는 인물이 처음부터 자신을 메시아라고 했겠어요? 아니잖아요."

메시아, 신인으로 추앙받던 허씨가 어느 날 꺼내든 카드는 이른바 하늘궁. 청와대를 본뜬 더 큰 강연장으로 옮겨가고자 회원들의 후원을 독려했다. 그후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 하늘궁을 세우게 된다. 현재 총 면적이 16만m²에 이를 정도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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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이 하늘궁을 찾았다. 하늘궁 안의 건물은 허씨의 자택과 강연장을 포함, 호텔 등 48개나 된다. 허씨 관련 상품을 파는 기념품점도 있었다. 가게 안은 허씨 얼굴이 담긴 갖가지 상품들로 빼곡했다. 이 물건들을 사용하면 허씨만의 그 특별한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고 선전한다. 강연은 늘 성황이었다. 주말이면 전국 곳곳에서 지지자들이 몰려왔다.

이렇듯 추종자들이 늘어나자 허씨는 스스로를 신격화하기에 이른다. 매일 밤마다 천국보다 높은 곳인 이른바 백궁에 다녀온다고 주장한다. 그의 신격화는 현재진행형이다. 허씨가 유년시절을 보낸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은 김해허씨 집성촌인데, 그곳에 위치한 허씨 생가는 신인을 믿는 사람들이 성지순례 시 반드시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심지어 허씨 어머니의 묘지까지 기린다.

정치인에서 강연자 그리고 예능인까지 거침없는 변신은 어느덧 그를 신인이자 메시아로 변모시켰다. TV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공중부양과 축지법을 할 줄 안다고 너스레를 떨던 그가 이제는 본인이 우주 만물을 창조하고 인간을 구원해 줄 유일한 메시아이자 신인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편 하늘궁에서는 강연 행사와 더불어 다양한 영성상품이 판매된다. 이른바 축복은 100만 원. 이를 구입한 사람에게는 허씨가 복을 주는 의식을 행한다. 백궁명패는 300만 원이다. 천국보다 높은 백궁에 하늘의 심판을 받지 않고 출입할 수 있는 일종의 입장권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백궁명패를 구입한 사람은 약 1만 8000명. 456억 원의 매출로 추산된다. 대천사는 그 가격이 무려 1억 원에 이른다. 신인과 가장 가까운 존재이며 모든 소원을 다 이룰 수 있다는 상품이다. 220명이 구입했으며 매출액은 220억 원에 달한다.

축복, 백궁명패 그리고 대천사까지 모두 구입하며 1억 원이 훌쩍 넘는 돈을 하늘궁에 쏟았다는 이현숙씨 부부. 이 때문에 대출까지 받으며 지금도 빠듯한 살림살이에 이자를 꼬박꼬박 내고 있지만,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허씨 신인을 믿기 때문이란다. 이씨는 "허씨 바로 옆에 있었는데 얼굴이, 눈이, 오 이 눈은 일반사람 눈이 아닌 거예요"라며 허씨 옆에 있으면 비록 아픈 몸이지만 기운이 나고 자신도 모르게 꼿꼿이 서 있게 된다고 귀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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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하늘궁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었다. 간절한 바람을 안고 하늘궁으로 향했다. 허경영 지지자 B씨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400만 원 들여서 축복, 명패한다 해도 그걸로 땡이야. 이 땅에서 사는 동안 내 걱정, 자식까지 걱정이 없어요" 허씨를 신처럼 섬기는 사람들에게는 믿음 그 자체만으로도 희망이 됐다. 비용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태경 교수는 이에 대해 "믿음이 주는 안온함이란 게 있어요. 누구든 일시적으로 취약해진 그 틈에 누군가가 이런 제안을 하고 그 사람이 더구나 언론 등에서 자주 이름을 듣던 사람이라면 매료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허경영은 어떻게 돈을 불렸나

지난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허씨는 재산으로 약 481억 원을 신고했다. 2021년 신고된 재산은 약 72억 원. 불과 3년 만에 6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하늘궁은 종교단체가 아닌 주식회사인데, 영성상품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어마어마하다. 허씨는 어떤 방식으로 그 큰 돈을 벌어들였을까. 

하늘궁에는 지역영성센터라는 게 있다. 일반 회사로 치자면 일종의 대리점 같은 개념이다. 이곳에서 센터장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지지자들을 끌어 모았다. 이를테면 영성상품을 판매하게 되면 일정 비율로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다. 전 허경영 지지자 권예순씨에 따르면 한 지역영성센터장은 허씨 지지자들로부터 200억 원을 끌어모아 하늘궁에 주고, 인센티브로 20억 원을 챙겼단다. 문제는 이렇게 큰 돈이 오고 가도 세금 한 푼을 안 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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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하늘궁의 영성센터는 전국 68개, 해외 4개 지점이다. 하늘궁을 둘러싼 법인은 주식회사 초종교하늘궁, 주식회사 하늘궁 등 총 7개가 있다. 이 모든 법인의 대표이사가 바로 허씨다. 회원들이 늘어나 법인 규모가 커지면서 부동산도 덩달아 늘어났다. 허씨는 회원들에게 하늘궁 일대의 땅을 공동구매하도록 권유해 왔다.

이에 대해 탁지일 부산장신대학교 신학과 교수는 "거점의 확보로써 부동산 굉장히 중요하죠. 사람들의 호율적인 관리와 통제를 위해서라도"라고 말하며, 최근 하늘궁을 중심으로 그 지역의 개발이 확산되어 나가는 것은 이러한 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한다. 

세력이 커지면서 허씨에 대한 고소 고발 사건도 끊이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고소 고발 당사자들에게 하늘궁 내부자들이 연락을 취해 왔다고 한다. 고소 고발을 무마시키기 위함이다. 2022년 고소인 이은영(가명)씨 성추행 고소 사건은 파장이 커지자 허씨와 하늘궁 내부자들이 모여 의논하였으며, 허씨는 그 자리에서 경찰과장이 많이 도와준다는 발언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고소했던 은영씨는 고소 취하 및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결국 사건 수사는 없던 일이 돼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다. 성추행 의혹사건을 다루던 수사팀이 압수수색을 강행한 이후 다른 팀으로 교체되는 미심쩍은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한 경찰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교체가 되면 수사는 지연될 것이고 그 사건 기록 일체를 다 재검토하고 바뀐 수사팀에게 진술을 해야하고 추가로 확인해야 되는 부분도 있고 그러다 보면 점점 시간이 지체되는 걸 원해서 이렇게 만든 거 아닐까요."

기행을 일삼으며 희화화되고 그래서 친숙하게 다가오는 정치인. 때로는 바른 말도 할 줄 아는 정치인. 허경영 그에 대한 대중적인 이미지다. 그가 메시아이자 신인이라고 스스로 주장하기까지 키워온 건 앞서 얽히고설킨 여러 우연한 사건들이 있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언론과 방송 매체를 빼놓을 수 없다. 지금도 그의 언행을 무슨 가십거리인 양 흥미 위주로 기사를 옮기는 매체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는 사이 허씨는 소외되고 아픈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욕심을 채우며 세력을 키워나갔다. 

허씨를 더 이상의 괴물로 키워서는 곤란하다. 그동안 허씨가 변모해오기까지 조력자 역할을 자처해온 언론과 방송 매체들은 공적 기능을 되살려 감시자의 역할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없는 사람들에게 거짓말하고 돈을 빼앗는 그것은 진짜 악마죠."  

전 허경영 지지자 윤성주(가명)씨의 일침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PD수첩 허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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