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첫 번째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속 참가자들이 결승선을 향해 뛰어가고 있다.
넷플릭스
원작 드라마를 본 사람으로서 세트장이 주는 놀라움이 익숙하고, 게임 종류 및 진행 순서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한국 서바이벌 예능처럼 일반인보다 연예인을 참가자로 등장시키는 게 이런 우려를 상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회차를 거듭할수록 <더 챌린지>는 원작을 조금 비트는 방식으로 '재미'를 끌어올렸다.
아무래도 첫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관전 포인트는 중앙에 우뚝 선 캐릭터 영희와 첫 탈락자가 생긴 후 참가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확 오르는 순간이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탈락 시 총에 맞아 죽었다면 <더 챌린지> 참가자들은 다행히 먹물에 맞아 쓰러진다.
공포를 유발하는 설정 없이 참가자들이 몰입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줄어드는 시간을 바라보는 눈에는 간절함이 서려 있었다. 결승선을 눈앞에 둔 참가자들이 사력을 다해 선 안으로 뛰어드는 장면에서 재즈 < Fly Me To The Moon >이 잔잔하게 흐른다. 원작 드라마 서사와 연출을 충실하게 활용해 인물만 바뀐 스핀오프 시리즈를 보는 느낌이었다.
누가 456만 달러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원작 드라마에는 대본을 따르는 '인물' 보는 재미가 있었다. 과연 <더 챌린지>는 어떤 방식으로 참가자의 캐릭터성을 만들까 궁금했다. 게임별로 눈에 띄는 참가자가 있다면 중간에 개인 인터뷰를 삽입해 어떤 인물인지 소개한다. '번호', '이름', '주거지', '직업' 등 기본 정보를 함께 띄워준다.
드라마 인물의 경우 공통 목표가 '돈'이었다면 <더 챌린지> 참가자들의 경우 참가 이유가 비교적 다양했다. 은퇴 이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거나 불안투성이인 자신의 한계를 깨는 것 등이 계기였다. 서비스직, 택배원, 간호사, 외과 의사 등 서로 다른 배경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정해진 룰 안에서 어떻게 게임을 풀어나갈지 궁금해진다.
서바이벌 예능에서 시청자가 기대하는 것은 간단하다. 판을 뒤집는 뛰어난 개인의 등장이나 평범한 사람들이 협력해 만드는 언더독 드라마에 열광한다. 여기에 뒤통수 얼얼한 배신, 속고 속이는 거짓말과 말이 와전돼 벌어지는 감정싸움이 얹어지면 더 좋다. 드라마 <오징어게임> 뿐만 아니라 각종 재난 영화는 사람이 극한으로 몰리는 상황을 세팅해 놓고 인간의 악한 본성이 발아하는 것을 본능으로 제시한다. 타인을 밟고 올라가는 것이 '선'이라고 설정된 게임 속에서 그와 반대되는 '도덕성'을 발휘하는 인물들은 없는 걸까.
<더 챌린지> 3라운드는 원작에 따르면 '줄다리기'다. 원작 게임을 염두한 참가자들은 3라운드를 진행하기 전, 5분 안에 8개 팀을 정하는 자리에서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인다. 이때 한 참가자가 "자신만 생각하지 말고 남도 생각하라"며 현장을 가라앉힌다. 모든 이의 예상을 깨고 3라운드로 원작에 없던 게임인 '배틀쉽'이 진행되고 게임 시작 전 아수라장을 중재했던 참가자가 리더가 돼 팀을 이끈다. 연약하게만 보였던 선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지켜보게 되는 이유다.
<오징어 게임> 창작자가 제작 못 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