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취하는 로맨스'
ENA '취하는 로맨스'ENA

케이블 드라마 채널 후발주자 ENA가 흥미진진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선보였다.

지난 4일 첫 방영된 <취하는 로맨스>가 그 주인공. ENA는 2022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대박 인기로 주목을 받았지만 OTT 편성 취약, KT를 제외한 IPTV 및 케이블 TV 채널 번호의 후반 배치 등의 불리함을 안고 기존 지상파 3사와 tvN, JTBC 등과 경쟁을 벌여왔다.

올해 들어 월화 드라마에 집중하면서 틈새시장을 노려온 ENA는 모처럼 가벼운 분위기 코믹물을 선보였다. 상반기 6% 시청률 이상을 기록하며 선전을 펼친 <크래시> 이후 ENA 드라마는 <유어 아너>, <나의 해리에게> 등이 마니아들의 입소문을 얻었지만 무거운 소재와 내용, OTT 방영 플랫폼의 부재라는 한계 때문에 파급력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신작 <취하는 로맨스>는 제법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ENA 작품으로는 오랜만에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다. 또 2022년 상반기를 강타했던 인기작 <사내맞선>의 주역 김세정과 박선호 PD가 재회했다.

채용주, 특전사 출신의 맥주 영업왕​

 ENA '취하는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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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시작부터 강렬한 인상으로 등장한 맥주회사 영업왕 채용주(김세정 분). 부산 지역에서 업계 3위로 밀려났던 지상주류의 점유율을 2위로 끌어 올리면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인물이다. 전직 특전사 출신답게 저돌적인 방식으로 도소매상을 확실하게 담당해 온 덕분에 동료 선후배 직원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도 맡아왔다.

​그런데 날벼락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서울 본사에서 부산지점과 다른 경남지점을 통폐합시킨다는 방침이 내려온 것이다. 구조조정 및 인원 삭감 등의 위기가 찾아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일로 전전긍긍하던 용주에게 본사 임원이 찾아와 "윤민주를 잡아라"라고 한다. 최근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는 하우스 맥주 '나의 이름으로'를 생산 중인 브루마스터 윤민수를 섭외해 제품을 만들라는 것이다. 부서의 생존이 달린 일이기에 기꺼이 응한 용주는 과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윤민주, 초민감한 하우스 맥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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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주류가 그렇게 붙잡고 싶어 하는 '나의 이름으로'를 만든 '유일한 맥주'의 대표 윤민주(이종원 분). 타인의 감정을 섬세하게 감지하는 등 남들과는 다른 초민감 능력을 지닌 독특한 인물이다. 웬만하면 대기업과 손잡고 큰돈을 벌 생각도 할 텐데, 그에겐 관심 밖의 일이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맥주 원료 허브 농사에 동참하면서 쌓은 신뢰는 윤민주의 또 다른 자산이기도 하다.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은 그의 맥주 제조 능력을 얻기 위해 지상주류는 투트랙 전략으로 윤민주에게 접근한다. 본사 기획팀 방아름 과장(신도현 분)과 채용주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윤민주와 손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어디 호락호락한 일이겠나.

​주민들은 '출입금지' 표지판까지 붙이며 채용주를 막고 조용히 살고 싶어 하는 윤민주를 지켜주려 한다. 하지만 순순하게 물러설 용주가 아니었다. 건물 지붕에서 줄 타고 내려올 만큼 열정적인 영업에 매진하는 용주와 민주는 과연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까.

로코 열풍 일으킬까

 ENA '취하는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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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1-2회 방영된 <취하는 로맨스>는 김세정·박선호 PD의 전작 <사내맞선>의 연장선 같은 분위기를 물씬 뿜어낸다. 다소 과장된 듯한 화면 구성, 재미난 CG 활용, 속도감 빠른 전개는 그때의 작품을 좋아했던 시청자들에게 반가움을 안겨줬다.

​액션과 로맨틱 코미디 양쪽에서 재능을 지닌 김세정은 두 가지가 모두 결합된 <취하는 로맨스>에서 자신의 강점을 맘껏 표현한다. 물건 외상으로 들여놓고 도주하려는 도매상 사장을 제압한다든지 고공 레펠 투하 등 특전사 출신 주인공의 캐릭터에 적합한 동작을 능숙하게 해내면서 제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연기를 펼쳤다.

​어려움이 닥쳐도 초긍정 마인드로 이를 극복하는 로코 주인공 역할이라면 김세정을 제일 먼저 떠올려도 좋을 만큼 이제 자신만의 분야를 확실하게 만들어 놓은 듯하다.

<금수저>를 거쳐 <밤에 피는 꽃>으로 멋지게 개화한 이종원 역시 득톡한 남자 주인공 캐릭터에 잘 녹아들면서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특징 때문에 군인 출신 아버지(이효정 분)와 갈등을 빚는 윤민주라는 인물 역시 지금의 이종원에겐 가장 잘 어울리는 역할로 보인다.

​어느 정도 전개가 그려진다는 장르 특성상 지극히 익숙한 장면의 반복이라는 약점도 있다. 다만, 한동안 무거운 주제와 내용으로 부담감을 지녔던 ENA 드라마의 변화는 반갑다. 또 전작들의 OTT 방영 부재라는 진입 장벽과는 다르게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접근 경로 다변화도 이뤄졌다. <취하는 로맨스>는 기분 좋게 웃고 즐길 수 있어 인기몰이를 기대해 볼 만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취하는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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