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독립영화 감독이 조연출과 함께 며칠 너끈히 철야를 치른 몰골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영화 제작의 마지막 단계, 편집이 곧 종료되기 직전이다. 마침내 작업이 끝났다. 환성을 지르며 감독은 그동안의 고생이 주마간산으로 펼쳐지는 것처럼 감회에 젖어 있다. 이제 '밝은 미래'만 남았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는 거지꼴이 된 행색을 깨닫고 욕실에서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세면과 면도를 하기 시작한다.
순간, 조연출의 비명이 들려온다. 급하게 튀어나온 그는 영화의 편집본이 든 외장하드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망연자실한다. 컴퓨터에 미처 백업을 해두지 않아 그야말로 영화가 사라진 셈이다. 조연출의 증언에 의하면 영화의 촬영감독이 난입해 외장 하드디스크를 탈취한 뒤 도주했다고 한다. 급하게 뛰어나가지만, 짧은 골목 추격전 끝에 범인을 놓치고 만다. 모든 게 끝났다고 좌절한 감독은 자신을 위로하는 조연출의 성의에도 고마운 줄 모르고 짜증을 부린다.
아무튼 촬영감독을 찾아내야 한다. 당연히 연락될 리 없다. 감독은 함께 작업했던 스태프들을 찾아 단서를 찾으려 애쓴다. 하지만 뭔가 좀 이상한 상황이 계속 펼쳐진다. 촬영감독의 후배인 사운드 감독은 다시는 감독과 얽히고 싶지 않다며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다른 관계자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이다. 어지간히 제작 과정에서 갈등이 심했던 듯하다. 촬영감독의 행방은 고사하고, 봉변을 당할 위기를 간신히 탈출한 감독은 이번엔 함께 작업했던 출연 배우들의 연이은 방문을 맞이하게 된다. 누군가는 감독을 불문곡직 (말 그대로) 공격하고 원망한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감독은 오직 자신을 빛내줄 영화가 숨어 있는 외장 하드를 찾는 목표에 집착한다. 마침내 촬영감독을 찾아내지만, 그에게서 들은 충격적 진실은 감독을 더욱 혼란으로 내몬다. 모든 비밀이 풀릴 최후의 순간이 다가온다.
파격적인 전개로 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