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상준 영진위원장에게 관객이 낸 입장료와 영수증에 찍힌 금액 차이에 대해 질의하고 있는 강유정 의원
17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상준 영진위원장에게 관객이 낸 입장료와 영수증에 찍힌 금액 차이에 대해 질의하고 있는 강유정 의원국회방송 화면

영화관 입장권 객단가(관객 1인당 평균 매입비용) 문제가 탈세 의혹으로 확대되는 조짐이다. 그동안 인상된 영화 관람료와 관객이 실제 낸 금액의 차이가 드러나면서 정산이 투명하지 않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정부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관객이 실제로 영화를 위해 지불한 금액과 영화관 통합전산망(이하 통전망)'에 넘겨지는 가격 차가 최대 4천 원에 달한다고 구체적 자료를 통해 제시했다.

관객들은 통신사 할인 (예 : SKT의 T멤버십 등)을 통해 할인받아 15000원짜리 영화 티켓을 11000원에 구매하지만 극장이 발행하는 영수증에 찍힌 금액(통전망에 전송된 금액)은 7천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한상준 위원장은 "통전망에 전송돼 온 것을 기준으로 하고 있고, 차이가 나는 그 부분까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영진위는 영화 티켓 판매액의 3% 를 영화발전기금(영발기금)으로 징수하고 이 부과금은 통전망에 등록된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만 말하고 있을 뿐 11000원이 7000원으로 보고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실제 결제 금액과 통전망에 보내는 금액의 차이로 인해 부과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17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유정 의원이 한상준 영진위원장에게 영화입장권을 11000원에 구입했으나 영수증에는 7000원이 찍혀 있다며 관련 영수증을 제시하고 있다.
17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유정 의원이 한상준 영진위원장에게 영화입장권을 11000원에 구입했으나 영수증에는 7000원이 찍혀 있다며 관련 영수증을 제시하고 있다.국회방송 화면

 17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유정 의원이 한상준 영진위원장에게 제시한 11000원이 찍힌 영화 입장권.
17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유정 의원이 한상준 영진위원장에게 제시한 11000원이 찍힌 영화 입장권.국회방송 화면

11000원을 기준으로 하면 330원의 영발기금이 징수된다. 하지만 7000원일 경우 210원이다. 표 한 장당 120원 차이지만 최근 2~3년간 한국영화 관객이 1억 3천 안팎임을 가정하면 차이가 상당히 크다. 1천만 관객만 대입해도 12억 원의 영발기금이 사라지는 셈이다.

영화표 값의 10%를 차지하는 부가가치세도 마찬가지다. 11000원을 내고 영화표를 구매했는데 통전망에 7천 원으로 보고된다면 부가가치세 역시 1인당 400원 정도 줄어들게 된다. 전체 관객 10% 수준인 1천만 명만 기준잡아도 40억에 달한다.

강유정 의원은 영진위와 극장에 각각 차액 발생 원인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으나, 모두 구체적인 금액은 계약 관련 사안이기에 확인이 어렵다며 답변 제출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특히 영진위는 부과금의 징수 권한과 책임을 모두 부여받고 있음에도 통신사 할인 금액과 극장이 통전망으로 보내는 영화 티켓 금액에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객단가의 불투명성... "영진위가 방관"

객단가의 불투명성은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의 주도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문제의식을 느낀 영화단체들이 뜻을 모아 지난 7월 발족한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이하 영화인연대)는 이 문제에 대해 "엄연한 법 위반인데도 영진위가 이를 방관하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화인연대 측은 통신사 할인처럼 극장이 다양한 제휴사를 통해 판매하는 사례가 통전망에 반영되지 않고 있어 극장사업자들이 이를 역이용, 티켓 금액을 누락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통전망 데이터가 실효성이 있으려면 할인 전 금액과 할인 후 금액이 명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인연대는 또한 영화관과 이통사 간의 입장료 할인 거래 내역을 공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관객이 내는 입장료와 발부되는 영수증에 적시되는 가격도 일치하지 않아 부가세와 영화발전기금 탈루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제39조에는 '영화상영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가입한 자는 해당 영화상영관의 입장객 수, 입장권 판매액 등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관한 자료를 고의적인 누락이나 조작 없이 영화상영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전송하여야 한다'고 명기돼 있다. 영화관이 이를 어기고 감시 관리 주체인 영진위와 문체부는 방관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엄연한 영비법 위반행위이므로 감사대상이라는 게 영화인연대의 의견이다.

영화인연대 소속 정지영 감독은 "코로나19 이후 한국영화 산업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불공정과 불법으로 인상된 입장료로 인해 국민의 영화향유권이 제한당하고 있고, 영화제작 주체인 영화인들은 인상된 요금으로 인한 정산에 제외됨으로써 영화제작 동력을 크게 잃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감독은 "우리가 바라는 바는 영화관과 이통사들을 비롯한 업체 간의 불합리한 거래 내역을 공개하고 관객이 낸 입장료와 영수증에서 차이나는 부분을 밝혀 결과적으로 입장료를 인하하라"며 "(그렇게 하면) 국민의 영화향유권을 되찾고 영화인들의 제작 의욕이 고취되어 위축된 영화산업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진위 영화발전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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