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문학기행 - 여수의 사랑> 화면 갈무리
EBS
EBS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귀중한 특집을 마련했다. 젊은 시절 한강 작가가 직접 출연했던 <문학기행> '한강의 여수의 사랑' 편과 <문학산책> '한강의 아기부처'를 10월 15일-16일 양일에 걸쳐 다시 방영한 것.
<여수의 사랑>은 1995년 출간된 한 작가의 첫 책이자 첫 번째 소설집이다. EBS는 그로부터 1년 뒤인 1996년 첫 소설집을 낸 젊은 한강 작가를 <문학기행> 여수 편에 초대한다. 안개로 인해 7시간이나 늦게 겨우 버스를 타고 전남 여수 종합터미널에 내린 27살의 한강. 그녀에 대해 프로그램은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으며 등단했다'는 찬사를 놓치지 않는다.
2004년 EBS는 또 다른 문학 프로그램인 <문학산책>에 한강을 초대한다. 2000년 제 25회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한 '아기부처'의 작가로서다.
두 프로그램은 배우들이 출연해 작가의 작품을 드라마화해 보여주고, 그 사이에 작가 인터뷰 영상 등을을 넣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문학기행>은 작가가 직접 제목에 등장한 여수의 이곳저곳을 여행한 반면, <문학산책>은 작가를 비롯해 아나운서, 건축가 등의 독자가 등장해서 책에 대한 소감을 밝힌다는 점이다.
그 무엇이 됐든, 아시아 최초 여성으로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이미 싹수부터 훤했던' 초기작을 재조명함은 물론, 젊은 날의 한강 작가를 통해 그의 작품을 다시 만나볼 수 있다는 건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한 기회이다.
여수를 떠났는데, 왜 제목에 여수 넣었나
여수, 그 앞바다의 녹슨 철선들은 지금도 상처 입은 목소리로 울어대고 있을 것이다. 여수만(灣)의 서늘한 해류는 멍든 속살 같은 푸릇푸릇한 섬들과 몸 섞으며 굽이돌고 있을 것이다. 저무는 선착장마다 주황빛 알전구들이 밝혀질 것이다. 부두 가건물 사이로 검붉은 노을이 타오를 것이다.
<여수의 사랑>은 이렇게 시작된다. 하지만 정작 소설 속 이야기는 여수가 아닌, 여수를 떠나 온 젊은 여성 두 사람의 이야기다.
젊은 한강은 극 중 주인공들의 구심력과 원심력이 충돌 되는 곳이 여수인 이유를 "여수라는 이름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수가 아름다운 물(麗水)이라는 고장의 이름이 되기도 하고, 여행자의 우수(旅愁)라는 뜻의 여수가 되기도 하는 중의적인 것 때문"에 선택했다는 것.
작품은 극중 '나'가 여수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나와 동숙했던 자흔과의 기억을 회상하며 풀어져 나간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으로 함께 지낼 이를 구하던 나의 앞에 자흔이 등장한다. 고향이 인천이래다가 속초랬다가 하던 자흔은 어느 날인가 자신의 고향이 '여수'라고 한다. '서울- 여수 간 기차 안에 버려져 고아원과 양부모 집을 전전하던 그녀가 몸으로 느낀 고향이어서'라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