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 화면 갈무리
넷플릭스
"내가 10년 동안 되게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달려왔다 생각했는데, 덜어냄의 미학을 몰랐다는 걸 오늘 진짜 너무 크게 깨달았어요." (장사천재)
흑수저 80인과의 대결에서 생존한 20명은 백수저와 1:1 대결에 돌입했다. 그 중 인상적인 매치는 통영식 비빔밥으로 백종원 심사위원의 입맛을 사로잡은 장사천재와 <한식대첩2> 우승자 이영숙 셰프의 매치였다. 두 사람에게 주어진 주재료 우둔살은 기름기가 적어 퍽퍽한 살이라 육회나 불고기 등 활용이 제한적이다.
장사천재는 조선 시대의 샤브샤브와 구이를 합친 요리인 '전립투골'을 준비했다. 커다란 전립투(전골을 끓여먹던 그릇) 위에 굴비, 육전을 비롯해 다양한 채소를 올려 푸짐한 한상을 차렸다. 한식을 재해석하는 영리함과 맛을 재현하는 실력을 지닌 장사천재의 요리에 대한 열정이 돋보였다. 그는 "언젠가 대가를 뛰어넘어 보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고심했던 이영숙 셰프는 우둔살로 '미소곰탕'을 만들었다. 무, 표고버섯, 다시마, 들기름 등으로 뽀얀 국물을 냈고, 피를 뺀 우둔살로 미나리를 돌돌 말아 살짝 지진 후 그릇에 담았다. 완성된 미소곰탕은 소박함 그 자체였다. 장사천재의 전립투골이 화려함의 극치라면 이영숙 셰프의 요리는 정확히 그 반대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토록 극적인 대비가 또 있을까.
맥시멈과 미니멈으로 요약할 수 있는 대결의 결과는 이영숙 셰프의 승리(2:0)로 끝났다. 안대를 벗은 백종원은 요리를 바라보며 "뭐, 이렇게 차이가 나요?"라고 당황해 했고, 안성재 셰프도 드라마틱하다며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장사천재는 대결이 끝난 후 덜어냄의 미학을 몰랐다고 탄식했는데, 한 분야의 경지에 다다른 대가의 내공을 실감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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