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관련 이미지
MBC
고등학교 친구 둘을 살해했다고 믿어지는 정우(변요한)가 형기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마을은 술렁댄다. 경찰의 압박으로 거짓 자백을 한 정우는 친구들을 죽인 진범을 찾아 그들의 억울함을 해원하고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나 정우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 하면 할수록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거칠어진다. 정우의 집 담벼락은 살인마는 꺼지라는 낙서로 도배되고 마을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라 겁박한다.
정우가 아저씨, 아줌마로 부르거나 삼촌이라 부르는 마을 사람들은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들이 사건에 연루된 것을 알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정우를 제물 삼았다.
마을에서 가장 잘사는 정우 부모와 학교 스타 정우가 제물의 표적이 된 것이 언뜻 이해되지 않지만, 그 이면에는 꿈틀대는 시기심이 도사리고 있다. 마을에서 가장 잘 사는 정우 부모가 해외여행을 간 공백은 일사분란한 범죄 조작의 시공간을 내주고, 가장 잘 나가는 가족이 일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걸 목격하는 마을 사람들은 이웃사촌이 땅을 늘리며 앓았던 배앓이를 일거에 해소한다.
정우는 학교에서 가장 잘 나가는 스타였다. 운동이면 운동, 공부면 공부, 준수한 외모와 인성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고, 게다 부유한 부모가 든든한 뒷배이고 보면 거의 완벽한 '워너비'가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모두가 선망한다는 의미를 뒤집으면 스타가 정상의 자리에서 추락하는 것이 보고 싶다는 시기심이 나온다.
정우라는 우상의 옆에 있는 친구들은 종종 "따까리"로 불리며 열등감을 키운다. 그날 정우의 친구이자 보영의 친구였던 병무(이태구)는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오랜 친구였던 보영(장하은)을 성폭행한다. 성폭력의 공식처럼 일컬어지는 야한 옷차림이나 성적인 틈새 때문이 아니라, 남자의 열등감을 누설했기에 성폭행을 당했고 죽음에 이르렀다. '강남역 살인사건' 같은 범죄자 유형이 여자들이 무시하는 것 같아 강간과 살해를 저지른 범행과 유사한 맥락의 '미소지니(여성혐오)'와 '페미사이드'였다.
극중 병무는 아버지들의 교감 속에 보호받고 은폐됐다. 지지리도 못나고 사악한 부성이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아들에게 반성의 빌미조차 요구하지 않고 일제히 함구한 아버지들이 난무하는 사회에 '미소지니'의 피해를 막고 회복시킬 어떤 희망이 있을까.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사건 당시 그의 아버지는 취재진에게 '아들이 엄마 없이 자랐다'고 하거나, 손정우가 미국으로 송환돼 엄중한 처벌을 받는 것을 막으려 아들을 고발하는 희극을 연출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