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쓰러지면 일어나야 한다고 배운다. 주저앉거나 아파하지 말고, 다시 씩씩한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그런데 어떤 상처는 사람을 고꾸라지게 만든다. 마치 허리가 꺾인 나무처럼 다시 꼿꼿한 삶은 꿈꿀 수 없다. 그럼에도 나무는 자란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부러진 나무 사이를 뛰놀던 아이들처럼 사람도 그렇다. 쓰러져도, 자랄 수 있다.
네이버 웹툰 <집이 없어>는 가정폭력을 경험한 10대 청소년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은 쓰러진 상태다. 집에서 뛰쳐나왔지만, 보호받지 못해 방황하고 가족을 버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캐릭터들은 각자만의 방법으로 상처를 극복하지만, 웹툰은 거기서 끊긴다. 마지막 회차에서 주인공들은 덤덤한 표정으로 고등학교 졸업식을 치른다. 그 너머 미래 이야기는 없다. 그들이 어떤 어른으로 자랐는지,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숨겨둔 조연 캐릭터로 주인공들의 삶을 이미 암시했다. 그들은 어리숙한 10대 캐릭터들과 달리 번듯한 어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방황했거나, 어두운 과거가 있다고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들 모두 가정폭력 피해자다. 주인공들처럼 방황했고, 자책했고, 쓰러졌었다. 그리고 자랐다. 과연 집이 없는 아이들은 어떤 어른으로 자랐을까.
피해자는 누군가의 어머니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