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2>에서 신입 형사 박선우를 연기한 배우 정해인.
CJ ENM
9년 만에 재회한 <베테랑> 형사팀에 비할 때 분명 정해인은 풋내기다. 하지만 그 새내기가 반전이었다. 재벌 권력의 비리를 소탕했던 서도철 형사(황정민)와 그의 동료들이 다시 뭉쳐 상대한 악당이 바로 정해인이 연기한 신참 형사 박선우(정해인)였기 때문이다.
류승완 감독이 오랜 시간 고민해 내놓은 <베테랑2>는 캐릭터나 사건 전개 면에서 보다 복잡하고 어두워졌다. 공권력을 비웃듯 사적 정의 구현을 빌미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해치는 유튜버를 위시한 사이버 렉카와 대중 심리와 맞물려 영웅화된다. 그럴수록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고 박신우는 뒤에서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사이코패스를 연구하다
1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해인은 "그간 연기했던 캐릭터 중 가장 빠져나오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물불 안 가리고 범인을 때려 눕히는 모습이 서도철에 눈에 들어 강력계로 오게 된 박선우가 알고 보니 의도적으로 모든 정보를 손에 넣고 판세를 흔드는 악한이었기 때문이다. 다분히 사이코패스 기질이 강한 인물로 정해인은 해석하고 있었다.
"나르시시즘도 있고, 원래의 목적과 결과를 얻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자신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사회를 보며 쾌감을 느낀다고 할까. 스스로 해치라고 이름 붙이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관심 가져주고 하니 그걸 즐기는 것이다. 그가 정의로워 보이는 것도 감독님이 의도한 바였다. 그런데 정의는 누가 정의하는 것인가. 거기에 의문점을 갖게끔 하는 셈이다. 영화를 보시면 아마도 얘기할 거리가 많을 것이다. 나에게 선인 게 다른 사람에겐 아닐 수도 있잖나."
개성 있고, 난도 높은 액션 연기보다 정해인 입장에선 캐릭터와 동기화되는 게 더 어려웠다고 한다. 서사적으로 박선우의 과거가 설명되는 게 아니기에 스스로 상상해보기도 했다고. "감독님께 상의했더니 오히려 그런 걸 만들지 말고, 그냥 주어진 대본과 상황에 집중하자는 답이 돌아왔다"며 정해인은 말을 이었다.
"박선우를 준비하며 적어놓은 것들이 있다. 판을 짜놓길 좋아하고, 생각대로 상황이 전개될 때 쾌감을 느끼는 인물이었다. 계획이 틀어지면 분노를 주체 못하게 된다. 그가 경찰이 된 것도 상황을 보다 극적으로 만들기 위함이라 생각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범죄자들이 프로파일러와 면담하는 영상들을 찾아봤다. 공통 특징이 다들 많이 안 움직이더라. 시선은 상대방의 눈을 향하고 있고. 제가 작품 끝날 때마다 MBTI 검사를 하는데 매번 바뀐다. 이번엔 일부러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려 했다. 사람들을 의도치 않게 힘들게 할까봐. 어머님도 제가 이번에 너무 낯설다고 하실 정도였다.
심리학 책을 찾아보니 사랑하는 사이가 아닌 이상 상대의 눈을 수 초 이상 쳐다보면 다들 불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박선우가 극 중반까지 마스크랑 모자를 쓰기에 연기적으로 표현이 제한적이었다. 연기할 때 계산하지 않고 하는 편인데 이번엔 거울을 보며 눈동자가 머무는 곳, 내 표정 등을 연구했다. 진심을 다해 연기하는 것도 중요한데, 기술적은 부분도 잘 섞어야 한다는 걸 이번에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