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개봉 예정 영화의 사전 시사회를 볼 기회가 거의 없다. 요즘엔 온라인 시사회라는 이름으로 관련 자료와 함께 비공개 링크를 제공하는 경우가 늘긴 했지만, 그래도 극장에서 관객 눈높이로 영화를 보고 소개할 기회는 여전히 수도권의 전유물에 가깝다.
그런데 이 영화는 '대가족 시사회' 기획으로 몇 지역을 순회하며 영화에 참여한 이들을 동네마다 방문하게 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덕분에 영화 개봉(9월 11일) 전 시사회 참석 기회를 얻었다. 극장으로 향하는데 귀를 찢는 소음이 들려왔다. 듣기 민망한 육두문자가 난무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귀가 쏠렸다.
극장 앞 교차로 건너편에는 전직 대통령 이름을 딴 역전 광장 개명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고, 맞은편에선 대항 집회가 있었다. 요란한 욕설은 대항 집회를 주도한 극우 유튜버의 마이크에서 터져 나왔다. 그는 지치지도 않고 막말을 이어갔다. 소음에 정신이 빠진 채 극장에 도착해 영화를 봤다. 앞서 겪은 불편한 사건이 오히려 영화를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어줬다. 스트리밍으로 봤다면 얻을 수 없었을 감흥이다. 그만큼 영화 <장손>은 우리 사회의 어떤 본질과 직결되어 있었다.
두부 공장 김씨 집안의 제삿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