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투아니아>를 제작한 연출가 강수진(옐로우브릭씨어터 대표)을 만났다.
이호정
-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과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요.
"21살 때 시각장애인을 위해 녹음 봉사를 하다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과 인연을 맺었어요. 유학 가며 잠시 연락이 끊어졌는데, 지난해에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죠. 시각장애인은 희곡을 접할 기회가 없기에 연극 실황을 녹음 파일로 제작해 달라는 요청이었어요. 그런데 라디오 드라마처럼 만드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복지관 측에 제안했어요. 희곡 낭독극 3편(크리스토퍼 빈의 죽음, 굿 닥터, 브라이튼 해변의 추억)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이후 시각장애인과 일반인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연극 <리투아니아>를 만들었죠."
- 시각장애인을 위한 연극은 생소한데요. 일반 연극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연극을 제작하는 게 저도 처음이에요. 그래서 고민이 많았어요. 비장애인조차도 극장에 직접 가는 것이 번거로워 연극 관람을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많잖아요. 시각장애인은 공연장에 오기가 더 힘들 거로 생각했어요. 현재 시각장애인을 위한 연극이 거의 없어서 연극 관람에서 소외되고 있죠. 그래서 해설을 작품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여 넣고, 소리를 촘촘하게 채워 넣으려 노력했어요. 배우들이 무대에서 내는 숟가락 소리나 책상에 부딪히는 소리 등 세밀한 소리까지 담아내려 했어요."
- 여러 작품 중 <리투아니아>를 선택한 이유는요.
"시각장애인은 청각으로 감상하기 때문에 스토리라인이 강렬한 작품이 필요했어요. 들었을 때 바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또 다른 이유로는 리투아니아가 작가의 습작 같은 작품이라 중간중간 여백이 많은 점이에요. 오히려 그런 점이 해석의 여지가 있어 보여 더 매력적이라고 느꼈어요."
- 청각을 중시하기 때문에 원작과 다르게 설정한 부분이 있나요?
"기본적인 내용은 같지만 몇 가지 장면을 추가하거나 수정했어요. 처음에 손님이 혼자 걸어와서 문을 두드리는 장면, 딸이 2층으로 올라가 손님을 죽이는 장면, 마지막 손님의 독백 장면은 각색을 통해 새롭게 추가했어요. 중간중간 대사도 넣었어요."
"장애인과 예술, 함께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