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 문화예술 기획사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직원이다. 소수 인원으로 전시회 기획을 도맡느라 인력 충원을 요청하지만, 합리적 업무 배분보다 주먹구구식 정실인사가 지배하는 국내 기업문화 덕분에 항상 고려해보겠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들을 뿐이다. 그래도 책임감과 일 욕심 덕분에 늘 과중한 업무량에 시달리는 중이다. 부서 내 정규직은 자신과 후배 '하원' 뿐, 부족한 인력은 계약직으로 채워진다.
계약직이지만 열심히 일하고 실력도 괜찮은 '초월'을 '문경'은 아낀다. 신규 전시 프로젝트 책임자로 일복 터진 그는 맡은 일 척척 해내고 아이디어 샘솟는 '초월'을 상급자에게 칭찬하며 이번에는 반드시 신규채용 TO를 받아오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한다. 전시회는 성황을 이루고 평가도 후하다. 이제 '인력 충원' + '본인의 승진' + '초월의 정규직화' 꿈이 이뤄질 것을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능력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실상은 사내정치에 좌우되는 현실 탓에 그의 꿈은 배신당한다. 부려먹기만 하고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본인 불이익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몸이 가루가 되도록 열심히 일해봐야 계약직을 전전하는 '초월'에 대한 부당한 처우는 참을 수 없다. 불만은 점점 쌓여간다. 회식 현장에서 그만 사건이 터지고, '문경'은 '초월'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정신 줄을 놓고 만다. 일어난 사고는 돌이킬 수 없다. 과로 때문에 앓던 위경련으로 병원 신세를 진 그는 며칠이라도 숨 쉴 틈을 만들고자 휴가를 신청한다. 그는 연락이 끊어진 '초월'의 고향,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경북 '문경'으로 향한다.
심신쇠약 상태에다, 회사로 돌아가도 뒷수습할 게 천지이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휴가를 떠나니 표정은 밝아진다. 그는 우연히 길에서 차에 치여 다친 강아지 '복순'과, 강아지를 구하는 과정에서 마주친 비구니 스님 '가은'과 동행한다. 함께 '복순'을 동물병원에서 치료하고, 주인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동네를 누비던 와중에 최근에 반려견을 잃어버린 '유랑 할매'와 갈등을 겪기도 한다. 오해가 풀리자 '유랑 할매'는 사과의 뜻으로 끼니를 제공한다. 일행은 집주인의 권유로 일박하게 된다.
일상 치유물의 왕도 구성을 선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