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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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대에서는 기숙사 개념의 칼리지 43개가 모여 각 시설이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차인표의 소설 43권이 각 도서관마다 모두 비치될 예정이라고. 옥스퍼드 도서관은 책이 들어가면 쉽게 폐기를 못하도록 되어있다. 차인표는 "내년쯤에 옥스퍼드에 가서 진짜 있는지 한번 보려고 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웃었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1942년 일본군 위안부로 징집되어 강제로 캄보디아까지 끌려갔다가 무려 55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훈 할머니'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집필한 소설이다. 차인표는 1997년 8월 4일, TV를 통해 생중계되던 훈 할머니의 귀국 현장을 지켜보고 묘한 감정을 느꼈다. 오랜 세월동안 한국말을 모두 잊었지만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아리랑'을 부르는 훈 할머니의 모습을 통하여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큰 울림을 느꼈다고.
차인표는 "훈 할머니 만이 아니라 정말 수많은 여성들이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나.그 역사를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첫 번째로는 그분들에 대한 슬픈 감정이 있었고, 그리고 일본군에 대한 분노, 그 여성들을 지키지 못한 부끄러움이었다 "고 회상하며 "몇 달 동안 그 감정이 진정이 안 되다가 그럼 이걸 소설로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차인표의 구상이 한편의 소설로 완성되기까지는 무려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처음엔 소설 작법에 대한 기초 지식도 몰랐던 차인표는 뒤늦게 조금씩 독학으로 작문을 배워가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차인표는 "머리 뒤쪽에 누군가 들어앉아서 계속 말을 걸더라. 쓰지마, 포기해, 누가 읽는다고 이런 걸 쓰고 있니, 그냥 연기나 해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면서 소설을 집필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약해지려는 차인표의 의지를 지탱해준 것은 어머니였다. 차인표는 농사를 짓는 어머니에게 이메일로 자신이 쓴 글을 종종 보여주며 자문을 요청했다. 어머니는 글을 읽고 여러 가지 질문을 해주는 방식으로 아들이 미처 놓친 부분들을 꼼꼼히 짚어줬다고 한다.
차인표는 2006년에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백두산을 직접 올라보기도 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나눔의 집>에도 종종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하는 등, 수년에 걸쳐 꾸준히 자료를 조사하고 기록했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여성들의 당시 나이는 대부분 10대 중후반이었다. 소설의 모티브가 된 훈 할머니 역시 16세때 모내기를 하다가 동네 처녀들과 함께 강제로 끌려갔다고 증언했다. 훈 할머니를 비롯한 조선인 위안부 여성들은 해외로 끌려가 성범죄를 비롯하여 온갖 끔찍한 고초를 겪어야 했다.
처음 소설을 집필할 당시, 차인표의 마음을 가득채운 감정은 '슬픔과 분노'였다. 차인표는"사람이 정말 존귀한데, 인간으로서 그런 취급을 받은 역사가 우리 나라에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2007년 봄, <나눔의 집>에 방문하여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난 차인표는 당시 조선희 작가가 할머니들을 위한 영정사진을 촬영해주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묘한 감정을 느꼈다. 곱게 한복을 입고 카메라에 선 할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던 차인표는 문득 "할머니들이 곧 이렇게 한분씩 돌아가시겠구나. 이분들이 떠나고 다면, 앞으로는 아무도 이 이야기를 해줄 사람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설은 백두산 어느 마을의 촌장댁 손녀 '순이'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70여년 만에 필리핀의 작은 섬에서 발견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내용의 방향은 처음과 많이 달라졌다. 그래서 소설을 읽어본 독자중에는 이야기의 전개나 결말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종종 있었다고.
이에 차인표는 "저도 똑같았다. 그러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라면서도 "처음엔 단순하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책이지만, 마음이 바뀌었고 정말 필요한게 무엇인지 알게 됐다. 결국은 소설을 통해서나마 우리 할머니들의 마음을 가볍게 해드리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소설 속에서 일본군 장교 가즈오가 죽기 직전 순이를 업고 가면서 "평화로운 땅을 피로 물들여서 미안합니다. 꽃처럼 아름다운 당신을 짓밟아서 미안합니다"라고 사과를 하는 장면은 작품의 주제의식을 가장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어쩌면 현실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가장 듣고싶어했을 이야기를 소설로나마 대신 구현한 순간이기도 했다.
극중 순이는 아이들을 좋아하는 평범한 엄마가 되기를 갈망했던 여성이었다. 순이는 어쩌면 우리의 엄마 혹은 할머니였을 수도 있다. 잊지 말아야 하고 잊어서는 안될 우리의 아픈 역사의 한 장면 그 자체이기도 했다.
차인표가 기부와 선행에 앞장서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