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을 앞둔 대학생 A씨는 학교에 가기 두렵다. 텔레그램 성범죄 명단에서 자신이 속한 학교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A씨는 "에브리타임(국내 최대 대학생활 플랫폼)에 들어가니 여성 학우들이 조심하라며 실제 만들어진 방을 캡처해서 올렸다"며 "도대체 누가 저 방을 만든 것인지 알 수 없어서 무섭다. 학과 학생이 그런 건지, 교수가 그런 건지 모르지 않느냐. 그들과 함께 학교에 있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를 더욱 당혹하게 한 건 에브리타임 안에서의 반응이다. A씨는 "
(남학생들이 에브리타임에) 무의미한 여성 혐오 게시글을 올리며 (딥페이크와 관련한) 여론을 바꾸려고 한다"며 "다른 학교 게시글에는 호들갑 떨지 말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들은 여성을 동등한 사람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격분했다.
대학생 B씨 또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에브리타임에 텔레그램 성범죄 관련해서 분노하는 게시글이 하나 올라오니까 '페미'들이 점령했다는 글이 뒤이어 올라왔다"며 "현재 군대에서 겪는 부당함을 토로하거나 남성을 욕하지 말라는 글이 인기 게시글을 차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 26일 <한겨레>는 참여 인원만 22만여 명에 이르는 텔레그램 방에서 딥페이크 불법합성물 제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성의 사진을 넣으면 이를 합성해 불법합성물로 제작하는 프로그램이 탑재된 대화방에서는 "지금 바로 좋아하는 여성의 사진을 보내라"는 입장 문구를 보내며 참여를 유도했다. 처음에는 합성물 제작이 무료지만, 세 번째부터 유료로 전환되는 수익 구조까지 갖추고 있었다.
또 텔레그램 상에서 누나, 여동생, 엄마 등 가족의 모습을 촬영해 공유하는 이른바 '누나방', '엄마방'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SNS에서는 자신이 겪은 친족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친족 미투'가 나오고 있다. 반복되는 텔레그램 성범죄 사건을 두고, 많은 이들이 'N번방 사건'을 언급했다. 처음부터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현재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N번방'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