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 대한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억압'이, 끝내 부모-자식간 돌이키기 힘든 감정의 골로 깊어진 한 가족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26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에서는 '강압적으로 하지마 vs. 자유뒤에 숨지마, 강자 부부' 편의 두 번째 이야기와 최종 솔루션을 다뤘다.

양춘오-김은례 부부는 결혼 31년 차로 전남 순천에서 거주 중인 60대 노부부였다. 남편과 아내는 자녀 양육관과 라이프스타일의 차이로 오랜 세월 심각한 갈등을 빚어왔다고.

자기 주관이 강하고 통제적인 성향의 아내는, 심한 자폐증을 앓고 있는 첫째와 반항적인 성격의 둘째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가족들과 점차 불화가 깊어졌다. 특히 둘째 아들과는 서로 몸싸움과 폭언까지 주고받았을 정도로 심각하게 관계가 악화된 상황이었다.

극심한 갈등, 오은영의 진단은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 화면 갈무리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 화면 갈무리MBC

2편은 부부 간의 이야기보다 아내와 둘째 아들의 갈등에서 비롯된 가족의 붕괴에 초점이 맞춰졌다. 가족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지난 주에 이어진 영상에서 아내와 둘째 아들은 서로의 잘못을 탓하며 험악한 언쟁을 벌였다.

아내는 "부모 말도 안 듣고 학교도 안 다니면서 돈만 쓰러 다닌다"고 아들을 질타했다. 아들은 "엄마는 왜 자기 생각만 다 옳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야기하면 들어본 적이나 있나. 엄마가 내 인생을 망쳐놨다"며 쌓인 울분을 털어놓았다. 급기야 감정이 격해진 아들은 괴성을 지르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아내와 둘째 아들의 살벌한 다툼이 이어지는 동안, 남편과 첫째 아들은 그저 두 사람의 눈치만 살펴야했다.

아내는 "부모 자식 간에 있을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한때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아들과 관계가 틀어진 데 참담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평생 가족을 위한 헌신해왔던 아내는 정작 집안에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홀로 눈물을 훔쳤다. 아내는 아들이 혹시 돌발적인 행동이라도 저지를까 두려워 주방에서 사용하는 조리용 칼을 몰래 감춘 경험을 제작진에게 털어놓을 만큼 불안감을 드러냈다.

또한 아버지인 남편은 아내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둘째 아들의 눈치를 살피기에 바빴다. 남편은 아들의 사소한 행동에도 안절부절했고 아들이 엄마에게 폭언을 내뱉는 상황에서도 전혀 제지하지 못했다. 심지어 아들에게 소파를 내어주고는 자신은 바닥으로 내려가 잠을 청하는 등, 부모라기보다는 마치 부하가 상관을 모시는 것 같은 행동을 거듭했다.

오은영 박사와 패널들은 "보는 게 괴롭다"고 할 만큼 충격과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여전히 모든 문제를 서로의 탓으로 돌리기에 바빴다.

가족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본 오은영은 전문의의 시각에서 둘째 아들이 특별히 반사회적인 인격장애나 조현병같은 증상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진단을 내렸다. 대신 "아이가 이처럼 패륜적인 행동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부모에게 이렇게 행동을 하는 아이들의 경우는 학대받고 컸을 때"라고 말해 부부와 패널들을 일제히 충격에 빠뜨렸다.

오은영은 성장 과정에서 아이를 대하는 아내의 훈육방식과 고정관념에 주목했다. 아내는 둘째 아들이 학창시절에 게임을 좋아해서 학업에 소홀해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오은영은 "게임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패륜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라며 "아내는 아이의 고통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레퍼토리'가 정해져 있다. 아이가 잘못된 것은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남편은 아들을 과잉보호해서 이렇게 됐다는 식이다"라고 아내의 과도한 편견과 일반화를 지적했다.

이어 "부모와의 소통이 어렵다고 느끼는 사춘기 아이들일수록 부모에게 이해받지못한다고 느끼면 힘든 이유에 대해 말을 하지 않는다. 아이와 힘든 이유를 찾아서 도와주는 게 중요한데, 힘들 때 야단을 치고 압박하는 것은 아이에게는 더 큰 고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아들의 호소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 화면 갈무리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 화면 갈무리MBC

오은영은 언제부터인가 사회생활을 안하고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 둘째 아들에게, 부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상처가 있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둘째 아들의 숨겨진 사연이 비로소 공개됐다. 아들은 중학교 때 학교폭력을 당했고,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척수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온 사실이 밝혀져 오은영과 패널들을 놀라게 했다. 아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더 이상 아들에 대한 애정이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오은영은 "안타까운 것은, 엄마가 아들의 마음 상태에는 눈길이 가지 않는다. 미성년자에게 암까지 생겼다면 세상을 놓고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내는 아들이 이토록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안 간다"고 봤다. '아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본인에게 거슬리는 '아들의 행동'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것.

제작진은 둘째 아들을 설득해 대화에 나섰다. 아들은 엄마한테 보이던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모습과는 정반대로, 제작진과의 대화에서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상냥한 반응을 보였다.

아들은 엄마와의 관계가 틀어지게 된 사연을 직접 밝혔다. 아들은 학창시절부터 엄마가 먼저 상습적으로 욕을 했고, 해명하거나 항변해도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결국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아들도 엄마에게 욕을 하며 반항하기 시작했다고.

아빠와는 원래 관계가 좋았으나 어느 날 "네가 보기 싫어서 이혼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큰 실망과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아들은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다는 절망감에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일화를 털어놓았다. 정작 아들이 자살하고 싶다는 심경을 고백했을 때도, 놀랍게도 엄마의 답변은 "알아서 해"였다고.

더구나 둘째 아들은 자폐 증상이 있는 형에게도 적대감을 품고 있었다. 아들은 형이 건강하지 못한 탓에 자신이 태어났다고 생각하며 형을 원망했다. 불편한 몸 때문에 사회생활도 힘든 둘째 아들은 "가족 한번 잘못 만나서 나는 왜 이러지? 라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으며 가족의 존재 의미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들은 "엄마가 조금이라도 내 말을 들어주고 존중해주고 이해했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서운함을 털어놓았다.

엄마의 변명에... 독설 날린 오은영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 화면 갈무리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 화면 갈무리MBC

둘째 아들을 스튜디오에 초대해 함께 상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오은영은 상담 효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아들을 직접 대기실로 찾아가 위로하면서 상담을 받을 것을 간곡하게 설득했다.

아들은 과거를 회상하며 학교폭력에 척수암 초기 증상까지 겹치며 힘들었던 학창 시절을 회고했다. 하지만 정작 아내는 아이의 심각했던 상황과 속마음을 모두 듣고난 후에도 "제대로 말을 안 해서 그 정도인지 몰랐다", "나는 처음 듣는다"는 이해할수 없는 답변만 반복했다. 아내의 무성의한 변명이 반복되자 급기야 오은영도 정색하면서 "정신차리세요"라고 독설을 날리며 언성을 높이기에 이르렀다.

오은영은 "​아이가 표현하는 걸 못 알아차리고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해서, 아이는 부모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꼈고 큰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그것을 단지 몰랐다고만 하는 것은, 둘째 아들 입장에서는 본인의 아픔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아내를 질타했다.

이어 "아이와의 관계에서 엄마의 결백이 왜 그토록 중요하신 거냐"라며 아이만 탓하고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데 무관심한 행태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한편으로 "평소에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는 아이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 일부러 무시했다"는 아내의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자살은 이야기를 하는 게 맞다. 정신과 진료에서도 자살사고는 매우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물어본다"라고 설명한 오은영은 "그렇게 해야 직접적인 정보를 알아내 도움을 줄 수 있고, 본인 스스로 이야기하면서 환기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문제는 모자 간에 소통이 안되는 것이다. 그 답답함이 화로 이어지고 결국은 상대가 미워지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했다.

오은영은 아들을 위해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전했다. "어린 나이에 겪었을 마음의 고통은 이해한다. 그러나 엄마에게 욕하고 소리지르는 방법으로 표현해도 되는건 아니다. 결국 그 뒤에 오는 것은 본인에게 향한 좌절감 뿐이다. 그 화가 밖으로 향하면 남을 해칠 수도, 안으로 오면 나를 해칠 수도 있다"고 당부하며 아들이 먼저 엄마에게 향한 욕을 멈출 것을 제안했다.

아들은 "엄마가 과연 바뀔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주저하면서도 "오은영 박사가 하신 말씀을 엄마가 제발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내는 '변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아들을 바라보더니 "엄마가 몰라줘서 미안하다. 이제부터라도 조심하고 그럴 테니까 싸우지 말고 편하게 지내보자"며 화해의 손길을 먼저 내밀었다. 아들은 고개를 숙인 채 "이제라도 이해했으면 됐다"라고 조심스럽게 화답했다. 몇 년 만에 이뤄진 모자 간의 대화다운 대화였다.

"걱정을 화로 표현하지 않는 게 중요"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 화면 갈무리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 화면 갈무리MBC

가족을 위한 최종 솔루션이 내려졌다. 오은영은 먼저 "아내의 감정에는 불안과 걱정이 매우 높다. 아내는 그동안 이 감정을 부정적인 말들로 표출해왔다. 그 과정에서 부부는 서로에 대한 깊은 오해가 쌓였고, 아이는 부모 사이에서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아내의 마음속에 쌓인 걱정을 화가 아닌 걱정하는 마음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남편에게는 어른답게 필요할 땐 적절히 선을 그어줄 것을 당부했다. 남편이 집을 나가며 아들에게 큰 상처를 줬던 사건에 대해서는, 이제라도 아이에게 마음을 터놓고 자세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오은영은 아들에게는 전문적인 심리상담을 제안하며 회복과정을 지속적으로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오은영은 마지막으로 오랜시간 상처받온 아들을 위해 "너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가치있는 너의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모든 솔루션을 마친 뒤 오은영은 아들을 따뜻하게 포옹해주며 격려했다.

오랫동안 소원했던 엄마와 아들도 모처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이며 미소를 지었다. 한 달 후의 후일담에서 모자는 상담 이후 관계가 크게 회복된 모습을 보여주며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결혼지옥 오은영 부부상담 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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