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 관련 이미지.
애플TV
악연과 인연 사이에서
실제 원작에서 한수는 야쿠자 조직에 헌신했고 일제강점기 부역자로 살아온 악한이다. 드라마에선 선자의 큰 아들 노아의 친부이기도 하면서 미국 공습 때 피난처를 제시한 조력자 역할을 한다. 두 배우 모두 이 대서사의 무게감에 공감하면서 시즌1부터 2에 이르기까지 여러 지점에서 고민한 흔적을 전했다.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나고 봐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을 여지가 많은 것 같다. 시즌1이 호평받은 것도 이민자로 살면서 정체성 혼란을 경험한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신 덕이지 않나 싶다. 미국에 워낙 많은 인종, 이민자들이 살고 있잖나. 저 또한 한수를 연기하며 삶이 무엇인가 고민했다. 무엇을 지켜야 하고 삶에서 무엇을 채울지 말이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한수를 보며 인생 교육이 됐다. 그리고 관동대지진 같은 사건을 모르고 있었는데 덕분에 알게 됐다. 촬영 초반에 스태프분에게 당시 시대 사진을 최대한 많이 구해달라고 해서 봤다. 웃는 사람들이 거의 없더라. 그런 자료를 보며 시대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받았다." (이민호)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도 촬영 때도 그랬지만, (시나리오를 완성한) 수 휴 작가님과 많은 얘길 했다. 과연 <파친코>에 등장하는 이 사람들의 희망은 무엇일까.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게 이 작품의 큰 주제 같다. 보시는 분 중에서 자기만의 어둠, 힘듦이 있는 분도 계실 텐데 결코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셨으면 좋겠다. 저 또한 <파친코>를 통해 자이니치의 삶에 대해 처음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너무 몰랐다는 생각에 충격이 컸고, 그만큼 더 소중하게 선자를 표현해야겠다 경각심도 갖게 됐다. 전쟁 후, 피폭자들 이야기가 시즌2에 나오는 만큼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 않고 정말 잘해내야겠다 생각했다." (김민하)
소설과 다소 다르게 묘사된 한수에 이민호는 설명을 덧붙였다. 시즌1에서 원작에는 없던 한수의 어린 시절이 등장하는 것도 일종의 서사를 부여하는 장치였던 만큼 이민호는 "한수를 절대 비도덕적이라든가 절대악으로 생각하고 연기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시대에서 그를 바라보면 많이 투박하지만 선자를 생각하는 데에 섬세한 지점이 있다. 사랑했고, 그래서 선자 또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한수 입장에선 선자는 그를 세상에 존재하게 하는 유일한 이유였고, 그래서 개인적으론 로맨티스트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하 또한 이해하기 어려웠던 선자를 파고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전했다. 사회주의자로 몰려 모진 고초를 당하다가 숨을 거두게 된 남편 이삭(노상현)의 죽음에 한수의 영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기에 강한 분노가 있었지만, 결국 한수의 손을 잡는다. 김민하는 "싫다고 하면서도 자꾸 왜 한수를 찾는 선자가 이해 안 되는 순간도 있었다"며 "그만큼 선자 삶에서 한수는 형용하기 어렵고 설명할 수 없는 존재, 몸에 남은 흉터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이었다.
"처음엔 상처에서 빨리 낫고 싶어서 이런저런 처치를 받고, 레이저 치료까지 하잖나. 그럼에도 흉터는 남는다. 그것처럼 한수를 두고 선자는 어느 순간 자기 삶의 일부라는 걸 인정했던 것 같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증오에 가득 찼을 때도 있었는데, 증오 또한 하나의 사랑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김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