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볼 생각은 없었다.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는데, 홀로코스트 영화여서인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나치가 유대인들에게 가한 폭력에 관해 가타부타할 거리가 있겠는가마는, 피해자가 더 가혹한 가해자가 된 판에 저 영화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어서였다. 그런데 즐겨듣는 팥빵에서 가해자의 일상을 보고 뭘 생각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불평을 접하자 불쑥 관람 충동이 일었다.
시종일관 이렇게 역겨운 영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영화는 참담했다. 정확히 말하면 영화 속 주인공들의 '악의 평범성'이 욕기를 일으킨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악에 대한 생각과 판단 없음이 만연한 공동체는 악을 저지르고 시켜서 했다며 면죄부를 얻고자 한다. 점차 만성이 되면, 하라는 대로 했지만 뭔가 찜찜한 죄의식조차 사라지면서 악에 대해 자동적이고 자발적으로 복무하게 된다. 이러한 탈윤리적 인간들에게는 드라마 <모범택시>의 주인공 김도기가 던진 명대사가 제격이다. "이것들은 시켜서 한 거면 죄가 없는 줄 알아."
이 영화를 두고 가해자의 평화롭다 못해 지루한 일상을 보고 뭘 생각해야 하냐는 불평에 대해, 내 대답은 "생각할 거 많다"이다. 물론 가해자들의 만행이야 역겨움의 최대치지만, 우리 사회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으스스하고, 정말 이상한(creepy and just weird as hell)' 징후에 대해 이 영화가 함의하는 바는 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