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감독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럴 만하다. 수많은 영화 애호가의 휴대전화나 컴퓨터 바탕화면을 장식하는 <이터널 선샤인>의 미셸 공드리 아닌가. 두고두고 우려내듯 소환되는 해당 작품 외에도 감독만이 보여주는 초현실적 환상 세계에 빠져든 이들은 전 세계에 적지 않다. 좀 더 감독에 대해 정통한 이들이라면 1990년대부터 그의 유명세 초석이 뮤직비디오 명작들을 줄줄이 읊어댈 테다. 강렬한 개성 탓에 블록버스터 흥행 감독에 등극하진 못했지만, 오히려 열광적인 지지층을 형성한 감독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우리는 대개 천재 소리 듣는 감독이 마치 알에서 태어난 듯 비범한 배경과 떡잎을 보이며 순탄 대로를 달려왔을 거라 상상한다. 하지만 특출한 재능은 평범한 이들이 감당하기 힘든 탓에 오히려 축복이 아닌 저주처럼 인식되곤 한다. 세상의 몰이해는 견딜 수 있지만, 믿고 신뢰하는 동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건 비극이다. 그런 난관을 극복하며 예술적 성취를 이뤄낸 이들의 드라마는 어떤 모습일까. <공드리의 솔루션북>은 그 모범 답안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