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문경> 관련 이미지.
비아신픽처스
치열한 경쟁이 필연적인 직장이라면 십중팔구 능력보단 관계에 치이기 마련이다. 특출난 능력을 가졌음에도 상사나 후배와 관계가 좋지 못해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영화 <문경> 속 주인공 또한 그 답답한 상황에 놓인 인물이다.
지난 5월 열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이기도 한 영화 <문경>은 업무 및 직장 내 인간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번아웃이 온 문경(류아벨)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연다. 자신을 잘 따랐던 후배 초월은 명민함과 좋은 아이디어로 회사가 진행하는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지만 정규직 전환에서 탈락하고, 이에 더해 문경은 죄책감에 시달리다 못해 상사에게 대들기까지 한다.
결국 1개월 정직을 받게 된 문경이 향한 곳은 초월의 고향이기도 한 충북 문경이다. 정처 없는 발걸음이었지만 유기견 길순이와 이제 막 만행길에 나선 비구니 스님 가은(조재경)을 만나며 특별한 여정을 함께 하게 된다.
단순히 유기견을 구했을 뿐인데 문경과 가은은 한 마을 주민의 집에 며칠 머물게 되고, 그곳에서 학교폭력 피해자인 유랑(김주아)의 사연을 듣게 된다. 넓게 보면 문경을 비롯해, 가은과 유랑, 심지어 유랑의 할머니마저 각자의 상처가 있다. 유랑처럼 누군가는 상처에 매몰된 채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간 이가 있는 반면, 문경과 가은처럼 외부를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자신보다 더 약한 존재들을 기꺼이 도우려는 이들도 있다.
영화는 어떤 극적 사건을 내세우지 않고 인물들이 서로를 위해 밥을 해주고 잠자리를 제공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린다. 여전히 관계 맺음에 서툰 사람들이지만 적어도 솔직하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과 서툰 모습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면서 서로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게되는 식이다.
▲영화 <문경>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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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문경>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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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길순이 덕이다. 영화 곳곳에서 길순의 시선이 흑백화면으로 등장하는데, 단순히 유기견의 시선이라기보다는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들여다본다는 느낌이 담겨 있다.
잠깐의 여정이기에 이들은 곧 이별을 맞이한다. 하염없이 길순이를 데리고 다닐 수 없는 법. 영화 말미에 길순에게 직접 선택권을 쥐어주고, 길순이 의외의 선택을 하는 장면이 작은 반전처럼 다가온다.
담백하고 잔잔하면서 묘한 감정의 울림이 있다. 중간중간 문어체 대사들이 조금 귀에 걸릴 수는 있어도 등장인물 전반에 흐르는 정서만큼은 진실되다. 유랑 할머니가 무던하게 던지는 말들이 명대사로 남는다. 이를 테면. "너무 채우면서 살려고 하지 말라. 비워도 살아지더라"는 말처럼 말이다.
한줄평 : 무해한 사람들의 따뜻한 연대기
평점 : ★★★☆(3.5/5)
영화 <문경> 관련 정보 |
감독 : 신동일
출연 : 류아벨, 조재경, 최수민, 채서안, 김주아
상영시간 : 111분
상영등급 : 12세이상관람가
제작 : 비아신픽처스
배급 : 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
개봉 : 2024년 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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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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