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2020), <서울의 봄>(2023)에 이어 이 영화다. 근 4년간 한국 현대사, 그중 서슬 퍼런 공안정국과 독재의 시기인 1980년대 초반을 다룬 영화들이 세 편이나 등장한 게 과연 우연으로 갈음하고 말 일일까. 14일 개봉을 앞둔 <행복의 나라>가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앞선 영화들이 실제 사건의 극적 확장을 꾀한 것과 달리 상상력을 과감하게 발휘했다는 사실.
지난 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추창민 감독은 시대성을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10.26 사건의 주동자로 널리 알려진 김재규, 차지철이 아닌 박흥주 대령을 영화로 소환했다. 극중 박태주 대령(이선균)으로 극화된 해당 인물과 그를 적극 변호하면서 어떤 사명감을 갖게 되는 정인후 변호사(조정석)가 이야기의 중심이 됐다. 오히려 전두환을 상징하는 전상두(유재명)나 대중들이 널리 알만한 굵직한 인물들은 주변 캐릭터가 되어 영화에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