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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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구는 배우의 길을 처음 결심한 계기에 대해 "멋있어 보여서 연기를 시작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공군 기술학교에 재학하며 부사관으로 한때 직업군인의 꿈을 키우던 엄태구는, 우연히 친구의 제안으로 등록하게 된 연기학원을 통하여 연기자라는 새로운 진로에 눈을 뜨게 됐다. 엄태구는 군사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건국대 영화과 1기에 합격하며 본격적인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엄태구의 친형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청룡영화상 감독상을 수상한 엄태화 감독이다. 류승완-류승범을 잇는 충무로의 '형제 감독-배우' 콤비로 꼽히는 두 사람도 벌써 <가려진 시간> 등 여섯 작품에서 호흡을 함께 맞춘 바 있다.
엄태구는 한때 엄태화 감독과 함께 독립영화를 촬영하던 도중 피로에 지쳐 조는 형의 모습을 보고 '짠한 감정'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렸다. "촬영 중 비가 오기라도 하면 형의 제작비 걱정까지 같이 됐다. 형은 수입도 없고 영화 하나에 다 걸어야 하는 상황이 불쌍해 보였다"라고 웃음을 터뜨리며 친형제다운 솔직함을 드러냈다.
<놀아주는 여자>를 촬영하면서도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우정 출연한 엄태구는, 형의 영화가 성공한 모습을 보면서 "형이 잘되니까 덩달아 저한테도 힘이 되더라"며 진심으로 기뻐하기도 했다.
엄태화 감독 역시 "동생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고 어떤 배역을 맡아도 잘하니까.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동료"라고 정의하며 친동생이기 이전에 배우로서 엄태구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배우가 된 엄태구에게도 한때는 배우를 그만둬야 할 까라는 고민한 시절이 있었다. 엄태구는 "연기에 재능이 없는 것 같았다. 현장에서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고 신인 시절에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당시 엄태화 감독이 연출부로 함께 작업했던 작품에서 일본군 단역으로 출연했던 엄태구가 딱 한 마디에 불과한 대사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촬영이 지연되면서 한동안 트라우마를 겪기도 했다.
엄태구는 "준비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긴장감은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 계속해서 그러니까 이 일이 나와 안 맞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느 날은 촬영 현장에 가느라 터널을 지나는데 마치 무덤에 들어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며 막막했던 순간을 회고했다.
한편으로 배우 생활을 하면서 작품이 들어오지 않아 수입이 없었던 탓에 방세가 무려 24개월이나 밀렸던 순간도 있었다. 마음씨 따뜻했던 집주인은, 엄태구가 열심히 산다고 격려하며 오히려 비타민을 챙겨주기도 했다.
엄태구는 "(월세 연체가) 24개월까지 갈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그런데도 (집주인이) 계속 괜찮다고 해주시니까. 고마운 마음에 눈이 오면 미리 계단을 쓸어놓거나 택배가 오면 문 앞에 올려드리곤 했다. 당시에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보답이었다. 그래서 그때는 빨리 잘되고 싶었다"고 회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대선배 송강호의 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