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행복의 나라>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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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사건이기에 영화는 무리해서 해당 사건의 전말을 뒤집지 않는다. 치열하게 피의자들의 감경을 주장하고, 법정에서 수 싸움을 하는 변호사들의 긴장감과 긴박감은 살리면서 가족과 얽힌 각 캐릭터들의 개인사를 엮어 신파 요소도 담보한다.
여기까진 역사를 소재로 한 여느 대중영화와 큰 차별점이 없어 보인다. 약 100억 원대 예산을 들인 나름 대작답게 풍부한 로케이션과 세트의 활용도 돋보이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저마다 개성을 부여받아 활기차게 움직인다는 점도 눈에 띈다.
그럼에도 <행복의 나라>가 특별할 수 있는 지점은 바로 영화적 상상력에 있다. 밀실 재판을 이끌고 이후 12.12 쿠데타의 주역이 되는 전상두(유재명)와 정인후 변호사가 마주하는 장면에서 정인후가 전상두에게 날리는 대사들이 통쾌하게 다가온다. 우리가 다 아는 전두환을 상징하는 전상두를 향해 정인후는 "왕이 되고 싶어? 그럼 왕을 해! 돈을 갖고 싶어? 대한민국 돈 가져!"라면서 "그러니까 절대 사람은 죽이지 마"라고 일갈한다.
이는 이미 우리가 겪어온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한 학살, 고문과 불법 감시로 얼룩진 공안 정국에 대한 일갈이기도 하다. 대통령 퇴임 후 내란죄, 반란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사면된 뒤 전두환은 단 한번도 본인이 자행한 국민 살인을 비롯한 범죄 행위를 인정한 적이 없다. 결국 출소 후 천수를 누리고 사망한다. 이런 부끄러운 역사에 대해 감독이 나름의 상상력을 발휘한 셈이다.
<광해 : 왕이 된 남자> 이후 역사의 시계를 현대로 돌린 추창민 감독은 묵직하면서도 때론 박진감 넘치게 이야기와 인물들을 세공해 놓았다. 완성된 지 2년 만에 개봉하는지라 극장가에도 활력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봄 직하다.
한줄평 : 모두가 그에게 하고 싶었던 그 말, 슬프면서도 통쾌하다
평점 : ★★★★(4/5)
영화 <행복의 나라> 관련 정보 |
감독 및 각색 : 추창민
각본 : 허준석
출연 : 조정석, 이선균, 유재명 외
제공 및 배급 : NEW
제작 : 파파스필름, 오스카10
스튜디오공동제작 : 초이스컷픽쳐스
관람등급 :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 124분
개봉 : 2024년 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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