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섶밭골산골마을영화제가 열리는 전북 장수군 천천면 신전마을 전경
성하훈
섶밭들산골마을영화제는 작은영화제지만 국제영화제 성격을 띠고 있다. 8개국 17편의 영화가 상영되기 때문이다. '마을에서 세계가 보인다'는 주제에 산골 마을의 큰 꿈이 담겨있다. 평등과 공존의 가치를 담은 다양한 시각의 영화를 통해 마을 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운다는 것이다.
장수로 귀촌해 섶밭들산골마을영화제 준비에 함께한 서용우 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사무국장은 "마을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지역이 살아야 마을이 산다"면서 마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용우 전 사무국장은 올해 정년퇴임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장수와 연결돼 수년간 오가며 교류하다가 새롭게 정착하게 됐다.
섶밭들산골마을영화제의 출발은 장수 지역에서 문화예술에 관심 있던 주민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귀촌한 분들을 비롯해 기초적인 영상교육을 받게 된 주민들이 지역의 다양한 주민들을 인터뷰해 영상을 제작했고, 단편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이런 노력들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영화제를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실행에 옮겨져 2022년 마을회관에서 함께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가 지역 공동체에 좋은 매개 역할을 한 셈인데, 주민들은 영화제를 준비하며 연대감과 자부심을 느꼈다.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역에 애착이 있는 주민들이 함께 뜻을 모아 만들어낸 영화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행사였다. 근래 들어 농촌의 마을에서 휴가를 즐기는 촌캉스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는데, 섶밭들산골마을영화제는 이런 분위기와도 잘 맞는 분위기다. 지역 영화가 가야할 길을 제시한 표본과 같은 행사로도 볼 수 있다.
개막작 상영이 끝난 후 뒤풀이에는 감자와 옥수수 막걸리 등이 제공돼 넉넉하면서도 시골 인심을 맛보게 했다. 주민들은 개막작 감독에게 영화에 대한 감상평과 함께 궁금한 내용을 물었고, 진지한 대화가 오갔다. 밤늦은 시간 상영작 <게디>를 연출한 조지아의 아니 쟌티 감독이 15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해 환영을 받기도 했다. 영화제를 준비한 주민들과 영화계 인사들 모두 들뜬 모습으로 시골 마을 영화제의 정감을 즐겼다.
한편, 3회 섶밭들산골마을영화제는 4일까지 '라운지 소'와 정여립 선생의 대동정신을 기억하고자 만든 '공간여립'에서 열리며, 모든 상영이 끝난 후 영화제에 온 관객들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하는 뒤풀이 행사도 매일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