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방송화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방송화면채널A
 
지난 26일 방송된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4세(금쪽이), 11개월 자매를 키우는 엄마, 외할머니가 출연했다. 친정과 합가한 지 한 달 남짓 됐다는 엄마는 금쪽이가 동생을 공격하는 게 점점 심해져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동생이 배밀이를 시작하면서 책을 던지고, 시도때도 없이 밀어뜨리고, 테이프로 동생의 접근을 막고 있다고 한다. 동생을 아끼던 금쪽이는 왜 공격적으로 변한걸까.  

엄마와 동생이 소꿉놀이하는 모습을 발견한 금쪽이는 부려운 듯 쳐다보다가 성큼성큼 다가가 동생의 목덜미를 낚아챘다. 동생이 자신의 물건을 만지자 사정없이 뺏어가더니 그 앞에 내동댕이쳤다. 어른들의 지적에도 보란듯이 동생을 꼬집었고, 끊임없이 괴롭혔다. 혼을 내도 아랑곳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금쪽이의 웃음소리는 더 커졌다.

금쪽이는 동생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문 앞을 막아 서서 어떻게든 막으려 했다. 동생의 다리를 밟고 올라서는 위험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엄마는 안전을 위해 자매를 떨어트려 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엄마 없이 자매 둘만 남았을 때는 의외로 평화로운 상황이 펼쳐졌다. 동생을 질투하는 일반적인 경우라면 어른이 없을 때 더 심하게 괴롭혀야 하는데 금쪽이의 경우는 그 반대였다. 

"엄마가 있을 때 동생을 괴롭히는 건, 어쩌면 금쪽이의 관심은 엄마라는 거죠." (오은영)

단순한 '질투'가 아니었다. 오은영 박사는 금쪽이의 관심이 '엄마'에게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동생을 괴롭히면서까지 엄마에게 표현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오은영은 금쪽이가 자기 것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고, 자기 영역을 침범받는 걸 거부하는 성향이라고 설명하면서 위험에 대한 자기방어 행위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유치원에서 금쪽이가 혼자 엎드려 시무룩한 채 지내는 모습이 관찰됐다. 공격성은 사라지고 의기소침했는데, 집에서와는 완전히 달랐다. 율동을 따라하지도 않고, 친구들과 좀처럼 어울리지도 않았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타인과 안전거리를 유지하려 한다'고 분석했는데, 친구들이 싫다기보다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서 안정감을 확보하려는 듯하다는 것이다. 

갑작스레 찾아온 아빠의 빈자리... 오은영의 솔루션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방송 화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방송 화면채널A
 
"금쪽이가 왜 이렇게 슬픈지 알겠습니다. 왜 이렇게 불안한지 알겠습니다." (오은영)

금쪽이는 어릴 적 사진을 보며 아빠를 그리워했는데, 할머니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자신은 아빠가 없어서 불쌍하다는 말을 했다. 내막을 알고보니, 금쪽이의 아빠는 3개월 전 교통사고 세상을 떠났다. 아빠는 출퇴근시 오토바이를 이용했는데, 신호 대기 중에 뒤에 있던 레미콘 차량이 추돌해 현장에서 사망했던 것이다. 가족들은 아직 아빠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엄마와 납골당을 찾은 금쪽이는 영정 속 아빠 사진을 바라보며 아빠와 다시 만날 날을 기대했다. 그리움에 간절한 금쪽이의 모습에 스튜디오는 눈물바다가 됐다. 눈시울이 붉어진 오은영은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했을 때 충분히 슬퍼해야 일상으로 돌아올 힘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그만큼 애도 반응이 중요한데, 금쪽이네 가족들은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가졌을까. 

엄마는 애들을 챙기느라 부러 밝게 지냈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아빠를 잃은 상실감과 분노, 허탈감은 감출 수 없었을 것이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어른들의 대화 중 아빠의 사고 얘기를 어렴풋이 들었을 거라며, 어리지만 세상이 두려웠을 것이라 짐작했다. 신호를 지키던 중에 닥친 불의의 사고는 '규칙을 지키는 건 잘못된 걸까'라는 생각을 갖게 했을지도 몰랐다. 

한편, 금쪽이는 남자 인형을 보면 거부감을 보이며 줄행랑을 쳤다. 긴 머리를 달아주면 그제서야 안심했다. 같은 인형인데 성별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유과 관련해 오은영은 장례식 과정이 아이에게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눈물바다가 된 장례 분위기가 4세 금쪽이에겐 버거웠을 텐데, 검은 상복을 입은 남성들이 우는 모습이 무섭게 남아있을 개연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아직 어린 자녀를 부모의 장례식에 데려가는 게 맞을까. 오은영은 아이들은 어려서 섬세한 슬픔을 느낄 수는 없지만, 자식의 도리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슬픔을 숨기고 살아가는 가족들이었다. 마치 없었던 일처럼 대화 자체를 피하고 있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하는 게 서로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이라. 

"상실에 따른 슬픔의 감정은 부모가 표현을 해야 아이도 감정을 배우고 표현합니다." (오은영)

오은영은 '비극의 무거움을 아이도 느끼고 있는데, 어른들이 아닌 척 행동하면 금쪽이 입장에서 모호한 불안감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모호함이 가장 두려운 법이다. 그러면서 오은영은 '오히려 더 많이 울고, 더 많이 얘기하며 서로 위로를 나누라'고 조언했다. 또, 금쪽이가 일상 속에서 아빠를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게 해주라고 당부했다. 

하얀 도화지에 금쪽이가 그린 사람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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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이의 속마음을 듣는 시간, 소원이 있냐는 질문에 한참을 망설이던 금쪽이는 "집에 아빠가 없어"라고 말하더니, "아빠가... 아빠가... 아빠가... 천사들이 데려갔어. 아빠가 천국에서 한 번만 와주면 좋겠다"라며 진심을 드러냈다. 인터뷰가 끝난 후, 방에서 한참 동안 그림을 그린 금쪽이가 도화지 속에 표현한 건 바로 아빠였다. 금쪽이는 그림 속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며 그 안에 안겼다. 

아빠를 그리워하는 4살 아이의 마음이 오롯이 전해졌다. 영상을 지켜보던 엄마와 할머니는 금쪽이가 자신만의 슬픔을 간직하고 있었던 걸 깨닫고 눈물을 흘렸다.

이처럼 슬픔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첫 번째 솔루션은 '감정 해우소'를 찾아 억눌린 감정들을 표출하고 해소하는 것이었다. 엄마는 울분에 찬 몸짓으로 감정을 쏟아냈다. 잠시 후, 엄마는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삶의 의지를 다졌다. 

금쪽이는 엄마를 도와 동생을 챙기기로 약속했다. 또, 아빠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도 가졌다. 답장은 할아버지가 아빠의 마음을 답아 쓰기로 했다. 금쪽이의 네 번째 생일 파티, 제작진은 AI로 복원한 아빠의 모습을 스크린에 띄웠다. 금쪽이는 보고싶었다고 소리치며 아빠를 반겼다. 스크린 속 아빠는 금쪽이에게 사랑을 듬뿍 표현했고, 금쪽이는 그런 아빠를 보며 활짝 미소지었다. 

슬픔을 마음껏 드러내고, 감정을 공유한 덕분일까. 아빠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까. 금쪽이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두 팔로 동생을 꼭 안아주며 그동안 미안했다고 고백했고, 더 이상 불안에 떨며 안전거리를 확보하려 하지 않았다. 앞으로 가족들이 사랑으로 성장해 나갈 금쪽이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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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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