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지만, 학창 시절의 나는 활자가 아닌 몸으로 말하는 게 익숙했다. 다른 친구들이 독서실과 입시학원을 들락거릴 때 나는 댄스 연습실을 오갔다. 손자국이 여러 겹 눌린 거울을 보며 두 팔로 파도를 그리며 표현했고, 조약돌같이 뻣뻣한 발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처음으로 연습 영상을 촬영했을 때다. 어울리지 않는 형광 비니를 눌러쓰고 빨간색 후드티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다른 친구들이 살랑거리는 춤을 출 때 나는 거칠게 손을 뿌리치며 쿵쿵 뛰어다녔다. 투애니원의 < COME BACK HOME >에 맞춰 춤을 췄다. 이 곡을 고른 이유는 단순했다. 삐딱하다 못해, 삐뚤어진 여자아이를 견딜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건 오직 투애니원뿐이었다.
'나'에 취한 여자들, 투애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