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
SBS 갈무리
7월 11일 방송된 SBS 실화 스토리텔링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에서는 '영원한 나의 슈퍼맨, 운명을 건 세 번의 승부'편을 통하여 삼미 슈퍼스타즈의 역사를 조명했다.
1982년 3월 서울 동대문 야구장. 당시 사진학을 전공하고 있던 대학생 이광진씨는 경기장을 찾아 평소 응원하던 삼미 슈퍼스타즈 선수들의 모습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당시는 한국에 프로야구가 출범한 원년이었다. 언젠가 광진 씨는 프로야구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광진씨의 모습은 우연히 삼미 슈퍼스타즈의 단장이던 이혁근 상무이사의 눈에 띄었다. 광진씨의 사진에 큰 흥미를 느낀 이혁근 단장은, 광진씨에게 삼미의 모든 경기에 무료로 출입이 가능한 비표(현재의 ID 카드)를 제공하고, 선수단과 같은 버스로 이동할 수 있는 조건으로 삼미 슈퍼스타즈의 모든 풍경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전담 사진사로 채용했다.
좋아하는 야구와 사진촬영을 함께할수 있어서 마냥 행복했던 광진씨는, 어느날 문득 무언가 허전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광진씨의 최초의 프로야구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서 꼭 필요했던 결정적인 장면이 없었다. 그것은 바로 '승리의 환희'였다.
"스포츠 사진은 어떻게 보면 환희다. 이겼을 때의 그 환희. 근데 저는 환희보다는 갈등 사진이 극적인 것보다는 침울한 사진이 더 많아서 아쉬웠다."
광진씨의 회상이다.
당시 삼미 슈퍼스타즈는 프로야구 역사상 손꼽히는 꼴찌의 대명사였다. 득점 보다는 실점이 많고, 승리보다 패배에 익숙했던 만년 꼴찌팀이었다. 불꽃처럼 짧은 역사를 남기고 사라진 팀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겐 팀의 마스코트, 아직도 빛나고 있는 '슈퍼맨' 같은 존재로 기억되고 있다.
시간은 프로야구 출범 1년전인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군사정권에서는 국민들의 정치 관심을 돌리기 위해 프로야구를 만드는 계획을 추진한다. 돈이 많은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기 위하여 민간 기업에 운영을 맡기고 기업은 홍보를 위해 야구단을 이용하는 구조였다.
지역에 연고가 있는 민간 기업이 해당 지역 출신 선수들을 모아 6개의 팀을 만들기로 했다. 서울엔 MB C청룡, 충청도엔 OB베어스, 대구에 삼성 라이온즈, 부산엔 롯데 자이언츠, 광주엔 해태 타이거즈. 이렇게 다섯 지역의 팀이 정해졌다.
그런데 아직 한 팀이 부족했다. 유일하게 정해지지 않은 인천, 경기, 강원 지역을 맡을 기업이 필요했다. KBO 관계자들은 현대, 대한항공 등 여러 기업도 접촉했지만 줄줄이 협상이 불발됐다. 그렇게 프로야구 출범 발표일을 불과 보름 앞두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KBO에, 갑자기 한통의 전화가 걸려오더니 자신이 프로야구팀을 만들어보겠다고 먼저 제안한 이가 있었다.
전화의 주인공은 김현철 삼미 그룹 회장이었다. 삼미 그룹은 무역업, 해운업, 특수강을 취급하는 회사로 당시만해도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었다, 김현철 회장은 미국 유학 시절 메이저리그를 즐겨보며 야구팬이 되었고, 우연히 인천 지역 야구팀을 맡을 기업이 없다는 뉴스를 보고 바로 전화를 걸어서 출사표를 냈던 것. 당시 30세 젊은 CEO였던 김 회장의 전격적인 결정으로, 마침내 인천 연고의 프로야구팀이 처음 탄생하게 된다.
문제는 프로야구 개막인 1982년 3월까지는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단 것. 다른 구단보다 늦게 출발한 삼미는 촉박한 시간 속에서 다급하게 팀을 만들어야만 했다.
팀 이름이 '삼미 슈퍼스타즈'가 된 것은 김현철 회장의 아이디어였다. 김 회장은 미국 유학 시절 NBA(미프로농구) '시애틀 슈퍼소닉스'의 이름에서 영감을 얻어 팀명을 제안했다. 마스코트도 팀 이름이랑 어울리게, 슈퍼맨과 원더우먼으로 정했다. 사령탑으로는 한국야구 1세대 홈런왕이자 아시아의 철인이라 불리던 박현식씨가 낙점됐다.
이어 삼미는 양승관, 김무관, 김광옥, 조흥운, 김재현 등 23명의 선수들을 끌어모으며 역사적인 원년 멤버들을 완성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모인 선수들은 과연 이 팀이 제대로 경기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삼미는 다른 팀과 비교하기 힘들만큼 전력이 허약했고, 선수층도 얇았다. 감독은 창단 후 첫 경남 진해 전지훈련에서 프로 레벨이 아닌 선수들의 실력을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그렇게 아이러니하게 '슈퍼스타 없는 슈퍼스타즈'의 도전이 막을 올렸다.
박 감독은 전지훈련 기간중 한 명의 배팅볼 투수를 눈여겨보게 된다. 그는 모기업인 삼미 특수강에서 근무하고 있던 일반 회사원으로, 실업 야구팀 입단에 실패하여 일반 회사에 취직했고 직장인야구에서 활동하던 인물이었다.
선수단 훈련을 지원하기 위하여 모기업에 파견을 나왔던 그 직원은, 좌완이라는 희소성과 준수한 구위, 성실한 성품으로 전지훈련 기간동안 감독의 눈에 띄어 정식 입단 제의를 받게 된다. 덕업일치를 이뤄낸 그가 바로 훗날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의 실제 모델이 되는 삼미의 투수 '감사용'이다.
프로야구 출범, 데뷔전 치른 삼미 슈퍼스타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