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 스틸컷
컬럼비아픽처스
달 착륙 음모론을 유머 소재로
실제 역사에서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 조작됐다는 음모론이 계속 나왔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달 착륙 영상이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건지 직접 간 건지 여부와 관련해 논쟁도 있다.
하지만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이러한 음모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오류를 범하지 않고, 영화 속 유머 소재로 삼는 여유로움을 보여 준다.
콜을 비롯한 NASA 관계자들이 실제 달 착륙을 준비하는 도중, 켈리는 대통령실 소속 '모(우디 해럴슨 분)'의 요청으로 착륙 실패에 대비해 가짜 착륙 촬영본을 준비한다. 하지만 기밀을 위해 아마추어 배우들을 고용한 촬영 현장에는 도무지 바람 잘 날이 없다. 폭발과 사고가 난무하는 촬영 현장에서 켈리는 이렇게 말한다.
"그냥 큐브릭한테 맡길걸."
달 착륙이 조작되었다는 음모론을 진지하게 믿는 사람들이 자주 가져오는 주장 중 하나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등으로 유명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가짜 달 착륙을 직접 촬영했다는 것인데, 이러한 이야기를 코미디의 한 장면으로 승화해 낸 셈이다.
로맨스·역사, 그리고 믿음에 관한 심도 있는 고찰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유머러스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깊이 있는 주제 의식 또한 놓치지 않는다. 본작은 다양한 인물과 상황을 통해 '믿음'에 관한 재치 있는 코멘터리를 제공한다.
주인공 켈리는 사기꾼 출신으로 여러 번의 신분 세탁 과정을 거치며 살아온 인물이다. 반면, 발사 감독 콜은 선의의 거짓말조차도 하지 못하는 지나치게 정직한 인물이다. 켈리는 자신이 부끄러워하는 과거를 숨기고 콜은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켈리의 방식을 불신하지만, 둘은 서로 협업하면서 가까워진다.
작중 NASA가 아폴로 11호 프로젝트에 관련된 예산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의원의 표를 얻어내야 했다. 의원은 달 탐사를 비롯한 과학주의가 신의 권위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었고, 이러한 신념에 켈리도 별 수를 쓰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이때 콜이 자신의 신앙심을 내세워 '신의 경이로운 창조물을 대중에게 보여 주어야 하지 않겠냐'며 의원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극적으로 의원의 표를 얻어낸 후 켈리와 콜이 나누는 대화는 영화의 주제를 잘 드러낸다.
"깜짝 놀랐어요. 되게 잘 팔던데요?" (켈리)
"꼭 뭔갈 팔 필요는 없어요. 때로는 진실한 말이 제일 잘 먹히는 법이죠." (콜)
콜이 의원 앞에서 그럴싸한 말을 꾸며내었을 거라는 켈리의 예상과 달리, 콜은 그 자리에서 자신이 진심으로 믿는 이야기를 덤덤하게 꺼냈다.
이 장면 직후 켈리와 콜은 서로의 긍정적인 면모를 답습해 간다. 켈리는 자신의 과거와 달 착륙이 콜 몰래 조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고백한다. 덕분에 둘은 힘을 합쳐 달 착륙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가짜 영상을 송출하려 한 대통령실의 계획을 저지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콜은 어려운 착륙이 괜찮을 거라는 '거짓말'을 이용해 우주비행사들의 자신감을 북돋아 달 착륙을 성공시킨다.
무조건 미국이 소련을 이기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만 한다고 믿는 대통령실, 자신의 과거를 알면 그 누구도 자신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켈리, 그리고 모든 거짓말을 경멸하는 콜을 통해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간결하면서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바로 기계적인 진실과 거짓보다도 선의에 대한 진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