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이 '이제 혼자다'라는 이혼 예능을 선보였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를 통해 이혼한 연예인의 사연을 다루는 파격을 선보였던 TV조선이 또 한 번 이혼 예능을 선보였다. 지난 9일 첫 방송된 '이제 혼자다(연출 : 정우진, 강효수)'는 '이혼 후 새로운 출발선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리얼 관찰 프로그램'이다. 방송인 박미선이 MC를 맡고, 아나운서 출신 최동석과 배우 전노민, 조윤희, 통역가 이윤진이 출연한다.
이혼한 연예인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일까, 아니면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일까. 방영 전부터 뜨거운 화제가 됐던 '이제 혼자다'의 첫 회 시청률은 평균 4.095%(1부 4.545%, 2부 4.008%, 3부 3.733%, 닐슨코리아 기준)로 준수한 편이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동시간대 1위라는 타이틀이 반갑겠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방송 내용 중 우려스러운 지점이 엿보였다.
문제는 출연자 중 최동석, 이윤진은 아직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고, 전 배우자들에 대한 SNS 폭로전으로 논란이 된 적 있다. 더구나 출연자들의 전 배우자 모두 직업이 방송인, 배우라 휘발성이 매우 크다. 최동석은 방송인 박지윤과 양육권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고, 이윤진은 배우 이범수와 결혼 생활이 파탄난 이유를 놓고 진흙탕 싸움 중이다.
쌍방이 출연해 발언권을 갖는 '우리 이혼했어요'와 달리 '이제 혼자다'는 일방만 출연한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다툼의 소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를 의식했던 것일까. 제작진은 '이혼의 이유나 과정이 아닌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세상에 적응하고 재도약을 준비하는 여정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삶을 담백하게 그려 나갈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과연 '이제 혼자다'는 이혼의 이유나 과정이 아니라 새출발하는 출연자의 삶을 담백하게 그려냈을까. 애석하게도 그렇지 못했다. 첫 방송부터 출연자의 이혼의 이유와 과정이 언급됐다. 최동석은 "부모님 집에서 잠을 잔 어느 날 기자에게 전화를 받고 알게 됐다"며 "솔직히 제가 결정한 건 없다"고 했다.
조윤희는 어땠을까. 딸에게 엄마로서 당당하고 도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절친 한그루와 백패킹을 나선 조윤희도 결국 '전 배우자'를 언급했다. 그는 "(전 배우자는) 이혼을 원치 않아 했고, 제일 중요한 것이 가족 간에는 믿음과 신뢰인데 더 이상 가족이 될 수 없었다"며 이혼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원론적이라 볼 수 있지만, 민감한 얘기였다.
두 사람 모두 이혼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전 배우자의 반론권이 보장되지 않은 채 사적인 내용이 공개된 건 사실이다. 물론 조윤희의 경우에는 전 배우자 이동건이 지난해 11월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해 이혼 후 힘들었던 심경을 공개한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최동석은 현재 이혼 소송 진행 중 아닌가.
방송이 끝난 후, 위에 언급한 최동석과 조윤희의 발언은 곧바로 화제가 됐다. 더불어 그들의 이혼 과정 및 전 배우자와 관련된 대한 기사도 쏟아졌다. 이혼 후 새출발하는 출연자의 삶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혼 그 자체를 언급하는 건 불가피한 빌드업이라고 봐야 할까. 문제는 일방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점일 텐데, 그런 측면에서 첫 회는 상당히 아쉬웠다.
'이제 혼자다'는 파일럿 예능으로 4부작으로 기획됐다. 2회에는 이윤진, 전노민의 이혼 후 일상이 그려질 예정이다. 편집 방향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이윤진의 이혼 언급도 상당 분량을 차지할 듯하다. 모르긴 몰라도 제법 큰 파장이 예고된다. 과연 '이제 혼자다'는 화제성 낚시를 넘어서서 '이제 혼자'가 된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담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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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