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새’(남자에 미친 새X의 줄임말) 빙의된 내 친구'
강유미의 좋아서하는 채널. 유튜브 캡처
과거뿐 아닌 '현재'도 강유미의 주요 콘텐츠다. 최근 올라온 영상인 ▲중고 거래하러 온 초등학생과의 콩트가 담긴 '못 이기는 싸움' ▲'남미새'(남자에 미친 새X의 줄임말) 빙의된 내 친구' ▲비혼주의자의 애환이 담긴 '브라이덜 샤워' 등은 누군가 한 번씩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본 사연을 소재로 했다. 이렇듯 현실감 있는 상황과 캐릭터를 진짜처럼 그려낸 강유미의 유튜브 한줄 설명은 '권위 없는 인류학자'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만나는 사람과 그 사이에서 겪은 이야기를 토대로 400개 넘는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아온 강유미는 'K엔터의 작은 거인'이기에 충분하다.
다른 크리에이터와의 차이점도 뚜렷하다. 많은 희극인이 몰래 카메라 상황극으로 일반인의 반응을 보는 콘텐츠를 만들 때, 강유미는 주위의 인물들을 그려 나가는 인류학자의 역할에만 충실했다. 수십만의 구독자가 생기면 구독자의 애칭을 정하고, 질문을 받으며 소통하는 대부분의 유튜버와 달리 그는 "구독·좋아요 눌러주세요"라는 말 한마디 없이 129만 명의 구독을 받았다. 흔한 '악플'없이 응원과 공감의 선플이 이어지는 드문 경우이기도 한데, 댓글의 상당수가 그를 '언니'라 부르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여성 팬층의 인기가 두텁다. 그 역시 여성들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을 주 소재로 삼으며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근처 카페에서 만난 강유미는 이날도 인터뷰 장소에 일찍 도착해 '사람관찰' 중이었다. 편한 바지에 모자를 쓰고 카페 한가운데 앉아 찬찬히 주위를 둘러본 그는 "오전에 집 치우고 반려견과 산책하고 왔다"고 말했다. 촬영이 없는 날, 그의 일상은 대부분 비슷하다. 책을 읽고, 뉴스를 훑어보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둘러보고, 드라마와 영화를 본다. 제일 집중해서 보는 건 그의 유튜브에 달린 댓글들이다.
"제 콘텐츠가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던 게 아니에요. 정말 어렵게 모인 사람들(웃음)이에요. 2017년, 처음 채널을 시작했는데 침체기가 1년을 넘었어요. 그래서 내가 방향을 잘못 잡았나 싶은데, 딱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만해야 하나 싶었는데, 당시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를 해주던 곳에서 의외로 재계약을 하자고 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그때 처음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심리적으로 안정을 주는 백색소음) 상황극을 콘텐츠로 올렸는데, 그게 터졌어요. 그 때부턴 제가 뭘 하려고 하지 않아도 이상하게 잘 굴러갔어요."
지난 2022년 처음으로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한 강유미는 "콘텐츠 아이디어의 많은 부분을 구독자에게 빚졌다"고 표현했다. 싫은데 하는 메이크업샵의 콘텐츠를 찍었는데, 배우병 심하게 걸린 여자배우는 어떠냐는 댓글이 달리고, 여기에 이 여배우의 변덕을 영혼 없이 받아주는 스타일리스트의 아이디어가 추가되는 식이다. 사회 초년생 막내의 애환부터 눈은 웃지 않고 목으로만 웃으며 회식을 버텨내는 n년차 직장인의 삶도 댓글에 달린 각종 사연과 하소연을 통해 입체적으로 완성된다.
"제 콘텐츠에서 여러 인물이 하나의 세계관으로 엮이는데, 이것도 지인의 추천과 댓글의 아이디어로 확장된 거예요. 최근 35살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나 화장품 회사에 취업한 무개념 사회 초년생, 집을 처음 구하는 신입생 브이로그도 비슷해요. 제가 모든 걸 경험한 건 아니니까 이런 상황에 놓인 여러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하려고 노력했어요. 공시생과 관련한 콘텐츠는 기나긴 수험생활을 하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으로 찍은 건데, 동시에 '내가 누굴 위로할 자격이 있나' 싶은 마음도 들고 그래요."
"서로를 오해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