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 라이즈 블리딩> 스틸컷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감독 로즈 글래스는 4년 전 <세인트 모드>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돼 대중과 만났는데, 이미 마니아 사이에서 확고한 고집을 지닌 젊은 감독으로 주목 받는 신예였다. 데뷔작 <세인트 모드>는 <더 위치>, <유전>, <미드소마>를 제작한 A24 공포물로 믿음과 구원이란 주제로 관객의 폐부를 찌르는 심리적 긴장감을 유지한다.
믿고 보는 할리우드 제작사로 자리매김한 A24와 또다시 함께한 로즈 글래스는 이번에 도발적이고 힙한, 질주하는 로맨스를 꾸려냈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크래쉬>, 폴 버호벤의 <쇼걸>, 츠카모토 신야의 <6월의 뱀>,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 등을 레퍼런스 삼아 <러브 라이즈 블리딩>의 톤을 잡아갔다. 여기에 감독의 독창성과 대범함이 더해지자 전혀 다른 결과물이 탄생했다. 성별에 구애 없는 러브스토리를 거부감 없이 전하는 뚝심,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힘'과 '육체'를 강조한 폭력의 미학이 영화 내내 펼쳐진다.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던 때를 배경으로 유행한 음악을 OST에 담았다. 예고편에 흐르는 그룹 '브론스키 비트'의 '스몰타운 보이'는 레즈비언 커플의 사랑을 운명으로 엮을 결심처럼 들린다. 영화는 뒤로 갈수록 극도의 흥분으로 치달으며, 아드레날린 분출을 부추긴다. 눅진한 땀 냄새, 부유하는 먼지, 미묘한 호르몬이 불출하는 관능적인 분위기는 살인과 복수, 광기와 욕망, 퇴폐미까지 반짝이게 만든다.
사랑,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