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핸섬가이즈> 스틸컷영화 <핸섬가이즈> 스틸컷
영화 <핸섬가이즈> 스틸컷
기억을 더듬어 봐도 없다. 슬래셔 장르가 국내에서 흥한 적이 있었나. 거기에 오컬트까지 끼얹다니. 물론 최근에는 <파묘>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하긴했지만 오컬트 또한 슬래셔와 같이 손에 꼽는 마이너 장르 중에 하나다. 남동협 감독의 데뷔작 <핸섬가이즈>는 상업영화에서 피하는 장르를 두 가지나 섞었다. 야구로 치자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나쁜 공에도 스윙하는 극단적인 배드볼 히터라고 볼 수 있다.
배드볼 히터에게는 편견이 있다. 투수와의 수싸움을 통한 두뇌플레이, 스트라이크 존의 깻잎 한장까지 구분하는 눈야구 대신 타고난 신체능력과 동물적인 감각으로만 먹고 산다는 것이다. 투수가 한 가지 구종만 던지는 건 아니다. 마운드에 오른 게 배팅머신이 아니라면 묵직하는 꽂히는 직구, 타이밍을 빼앗는 변화구를 홈플레이트 구석구석 던질 것이다. 그렇다면 배드볼 히터가 어떤 공도 쳐낸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어디든 자신의 배팅존이라는 뜻 아닐까.
직구 타이밍을 알아야 변화구를 노림수로 삼을 수 있다. 2010년 헐리우드 영화 <터커&데일 vs 이블>의 리메이크작이기도 한 <핸섬가이즈>는 원작이 그랬던 것처럼 슬래셔 무비의 클리셰를 뒤튼다. 외따로 떨어진 산장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연쇄적으로 벌어지지만 전기톱을 들고 쫓아다니는 미치광이 살인마는 없다.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오해가 쌓이고 쌓여 조용한 산장이 피바다로 변하는 아주 슬픈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