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데이즈> 관련 이미지.

영화 <퍼펙트 데이즈> 관련 이미지. ⓒ 티캐스트

 
새벽 공기를 깨우는 비질 소리, 시원한 캔 음료, 그리고 깨끗하게 빨아놓은 유니폼. 이 중년 남자의 일상은 그렇게 시작된다. 도시 내 공공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동료가 말을 걸어도 유난히 말수가 적은 그는 몇 가지의 표정으로만 답하곤 한다. 일본 도쿄 토일렛 소속의 히라야마(야쿠쇼 코지)에겐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채우고 있는 것은 일상 그 자체다. 이른 기상과 하루의 업무, 그리고 잠자리에 드는 이 남자의 삶에 침투해 그의 삶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변화를 포착해낸다. 염화미소, 즉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질 법한 표정의 이 사내의 자세한 과거나 주변 이야기는 영화에서 끝내 드러내진 않지만, 몇 가지 단서가 숨어 있다. 나름 유복한 집안의 자녀였지만 아버지와 불화했고,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고립과 도태를 택했다는 것.
 
히라야마를 즐겁게 하는 것은 차 안에서 듣는 카세트 테이프 노래와 공원 벤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코모레비, こもれび)을 바라보며 먹는 점심 식사다. 자칫 고리타분해 보일 수 있는 그의 삶을 쫓아가다 보면 문득 나의 삶과 주변 환경을 떠올리게 되는 마법을 경험한다. 루 리드의 노래면서 영화 제목이기도 한 'Perfect Days', 즉 당신의 하루는 완벽했을지, 그 완벽이란 것은 무엇인지 되묻다 보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나름 반성하게 되기도 한다.
 
서사 구조로 보면 <퍼펙트 데이즈>는 공식처럼 자리한 극적 갈등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진폭이 크지 않고, 사건으로 강조되지 않았을 뿐이지 히라야마의 잔잔한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몇 가지 일들이 영화에서 벌어진다. 단골 술집 사장이 알고 보니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거나, 가출한 조카의 갑작스러운 방문 등이다. 아주 사소한 변화지만 그것으로 히라야마가 택한 삶의 태도를 매우 자세하게 가늠해 볼 수 있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 관련 이미지.

영화 <퍼펙트 데이즈> 관련 이미지. ⓒ 티캐스트

 
 영화 <퍼펙트 데이즈> 관련 이미지.

영화 <퍼펙트 데이즈> 관련 이미지. ⓒ 티캐스트


일본 국민 배우로 인정받는 야쿠쇼 코지는 몇 마디의 대사와 특유의 표정으로 이야기의 무게 중심을 잡는다. 독일의 거장 빔 벤더스는 일본 거장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꽁치의 맛> 주인공 이름인 히라야마를 이 영화 주인공 이름으로 사용하며 존경의 마음을 담아냈다. 여기에 더해 히라야마가 즐겨듣는 1960~1970년대 올드팝들을 곳곳에 배치해놨다. 아날로그 기기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은 이 영화를 지탱하는 또하나의 캐릭터로 작용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남는 그 미소의 이미지. 가족도 친구도 없이 스스로를 고립시킨 이 남자가 영화가 끝난 뒤에도 몹시 궁금해진다. 고립이 결코 불행이나 어떤 불안이 아님을 히라야마를 통해 느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정말 무엇인지까지 생각해봄 직하다.
 
<퍼펙트 데이즈>는 실제로 일본 '더 도쿄 토일렛'이라는 공기업의 제안으로 기획 제작된 작품이다. 기꺼이 사용하고 싶은 화장실을 내세우며 홍보 일환으로 빔 벤더스 감독에게 제안했던 것. 감독은 역으로 화장실이 등장하는 장편 영화를 제안했고, 지금의 작품이 탄생했다. 공공 투자와 영화의 환상적인 결합 사례가 아닐까 싶다. 이 영화는 지난해 열린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및 에큐메니컬 상을 수상했고,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수상을 이어가고 있다.
 
한줄평 : 감동의 여운이 진하다, 마치 윤슬처럼.
평점 : ★★★★☆ (4.5/5)

 
영화 <퍼펙트 데이즈> 관련 정보
원제 : Perfect Days
연출 : 빔 벤더스
출연 : 야쿠쇼 코지
수입 및 배급 : ㈜티캐스트
러닝타임 : 124분
관람등급 : 12세이상관람가
개봉일정 : 2024년 7월 3일
퍼펙트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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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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