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영화 <판문점> 내레이션 녹음 하는 배우 박해일
앳나인필름
- 배우 박해일씨가 내레이션에 참여했습니다. 섭외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해요.
"박해일씨는 역사에 관심이 많은 배우예요. 병자호란을 다룬 <남한산성>에 출연했고, <최종병기 활>에도 주인공으로 출연했죠. 2022년에 개봉했던 <한산>에서 이순신 장군 역할을 맡기도 했고요. 쉬는 날에는 다큐멘터리를 본다고 말할 정도로, 다큐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지난해에 섭외 연락을 드렸는데, 당시 정전 70주년이었어요. 정전 70년을 맞아, '판문점'이라는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있다고 제안을 드렸고 기획안과 원고, 편집된 영상을 보시고 충분히 의미가 있겠다면서 수락하셨죠."
- 판문점은 원래 지역 이름인가요? 전 건물 이름인 줄 알았어요.
"'판문'이 넓은 문이 있는 주막이거든요. 예전에 그 지역이 우리나라 말로 '널문리'(판문점의 옛 지명)에 주막이 있던 자리예요. 보부상 등 장사하는 사람들이 개성으로 들어가기 전 머물렀던 마을이 이미 조선시대부터 존재했고, 실제 1910년대에 일제가 제작했던 우리나라 지도를 보면 판문점이라고 쓰여 있어요."
- 1951년 7월 개성 내봉장에서 정전회담이 시작했다고 (다큐멘터리에) 나옵니다. 정전협정이 1953년에 체결되었는데, 꽤 일찍 시작되었네요.
"체결되기까지 2년이 걸린 거죠. 실제 1951년 7월 정전협상이 시작됐을 때 양측은 현재 휴전선 인근에서 전선을 형성해서 서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내려오지도 못하는 교착 상태에 빠졌어요. 서로 무의미한 소모전을 지속하기에는 군인들이 계속 죽어가고 있으니 부담스러웠죠. '우리가 휴전하든 정전하든 전투는 일단 끝내보자'라는 남측과 북측의 요구가 있었고요. 다들 협정이 일찍 끝날 것이라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포로 송환 문제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협상이 2년 동안 지속된 것이죠."
- 정전 협상 중에도 전쟁은 계속됐어요. 그 과정에서 많은 군인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고요.
"정전협정 조인에 이를 때까지 계속 전투해서 군사분계선은 계속 바뀔 수 있다고 서로 합의했어요. 때문에 정전협정 끝날 때까지 전투를 계속했던 거죠. 지금 생각하면 그 한 뼘 땅이 뭐라고 왜 그렇게까지 싸웠어야 했나 생각할 수 있지만 그때는 그 한 뼘이 굉장히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 고지를 얻기 위해 양쪽 다 젊은 군인들이 희생됐던 거죠."
- 이승만 정부는 전쟁 중에도 북진 통일을 외쳤잖아요. 북진 통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을던 걸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요?
"그건 모르겠어요. 다만 인천상륙작전 이후에 중국군이 참전하기 전 북한 압록강까지 쭉 밀고 올라갔죠. 중국이 참전하게 되면서 다시 후퇴했기 때문에 이승만 정부 입장에서는 다시 한번 밀고 올라갈 수 있다고,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UN군과 북한군이 맺습니다. 보통 협정을 맺으면 사인을 하고, 양측이 악수하지 않나요? 정전협정 후에는 왜 그런 게 없었을까요.
"당시 UN 연합군과 공산군이 협정을 맺을 때, 조인식이 열리는 건물을 2주 만에 지어요. 형식적으로 조인만 이루어졌을 뿐 실질적으로 악수 같은 건 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전쟁 막바지로 갈수록 미군이 무차별적인 폭격을 하거든요. 굉장히 비윤리적, 비인간적으로 전쟁 양상이 흘러왔기 때문에 악수하면서 사진을 찍을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을 거예요. 미국을 중심으로 한 UN군도 마찬가지였죠. 미국 입장에서는 다른 지역도 신경 써야 될 곳이 많은데 한반도에만 집중해 있으면 안 된다는 부분들도 컸던 것 같아요."
- 그 장면은 한국전쟁이 어땠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 장면이 아닐까 해요.
"맞습니다. 서로 얼굴도 쳐다보기 싫을 만큼 증오했었던 거죠."
- 정전협정 당시 남한군은 협정의 당사자가 아니었고, 남한군 대표자의 이름은 없어요. 그게 지금까지도 영향이 있죠. 북한은 우리가 아닌, 미국을 상대하려고 하고 있고요.
"그때 정전협정의 주체에 우리나라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건 지금까지도 답답한 상황을 만들죠. 실제로 현재 비무장지대 판문점의 관리 주체는 UN군이니까요. 우리나라 지역이지만 관할은 UN군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고위직이나 대통령이 판문점에 방문하려고 해도 UN군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안타깝죠."
판문점에서 대화를 나눴던 군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