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산골영화제 초기 기획부터 현재까지 프로그램 전반을 꾸리고 있는 조지훈 부집행위원장 겸 프로그래머.
무주산골영화제
서울시 면적과 비슷하지만 70%가 산으로 둘러싸인 인구 2만 3천 명의 산골 마을. 그중에서도 60% 이상이 노령 인구인 무주가 1년 중 크게 들썩이는 시기가 있다. 바로 영화제가 열리는 6월 경이다. 무주산골영화제 찾는 이들이 3만 명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4박 5일 동안 무주군 전체 인구를 상회하는 사람들이 대거 방문하는 셈이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아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열렸던 무주산골영화제는 영화인들에게도, 일반인들에게도 그 특유의 따뜻함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제적으로 알려진 주요영화제들보다 인지도나 규모는 작지만, 한번 무주를 찾은 관객은 절로 열혈팬이 되고 마는 마성의 매력이 있는 곳이다.
영화제 기간 중인 7일 오후 행사장 인근에서 조지훈 프로그래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1회 때부터 주요 프로그램들을 기획 및 진행하는 살림꾼을 자처하고 있다.
지역성에 국한하지 않는 관객 친화 축제
올해 영화제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4박 5일 일정으로 치러졌다. 총 21개국 96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매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실시하는 군소영화제 평가에서 대부분 1위를 차지해왔지만, 문화체육관광부를 위시한 영화제 지원 정책의 축소로 올해는 국고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개막식과 일부 상영 행사를 줄이긴 했지만, 올해 또한 3만 5천여 명의 관객이 찾았다. "숙박시설과 상영관 거리가 멀고 교통도 불편한 이곳을 매년 찾아오시는 관객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라며 초기 영화제부터 현재까지 주요 분기점들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초기 때만 해도 군과 도 예산을 지원받는 만큼 지역 경제나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제를 요구받기도 했다고 한다. 조지훈 프로그래머는 "솔직히 처음엔 이곳 무주에서 영화제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며 운을 뗐다.
"애초에 중심축은 영화를 좋아하는 외부 관객이었다. 기획 당시에 주민을 상상하며 하진 않았다. 젊은 관객이 찾지 않는 영화제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었거든. 솔직하고 좀 과격한 표현으로 지금 수준의 예산을 가지고 주민을 위한 영화제를 하라고 한다면, 차라리 그냥 그 돈을 주민분들에게 나눠드리는 게 더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초기엔 개봉 영화를 주로 상영하다가 관객분들의 반응을 보며 토크와 배우 프로그램, 그리고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 살을 붙여나갔다.
지역 영화제가 다 그렇지만 지역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냐는 비판에 직면하곤 한다. 제가 잠시 일했던 전주영화제도 예외가 아니었지. 투입되는 돈이 많을수록 그런 비판은 강해진다. 무주산골영화제도 처음엔 관객 수가 많진 않았다. 그리고 4회째였나. 메르스가 유행하던 때에 외지에서 관객이 올까 안올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오셔서 자릴 채워주시더라. 당시 연간 개봉 영화 편수가 500편 정도이던 때다. 영화들은 쏟아지는데 그 다양한 영화를 다시 볼 공간은 없었다. 무주산골영화제는 관객들에겐 놓친 영화를 보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