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을 지향하는 세븐틴 '자컨'의 특징
공감을 지향하는 세븐틴 '자컨'의 특징세븐틴 공식 유튜브 채널 'pledis17'
 
여자 아이돌은 대중성을, 남자 아이돌은 팬덤을 노리는 케이팝 생태계. 이 흐름을 역행하며 '머글' 공략에 나선 남자 아이돌이 있다. 주인공은 세븐틴이다. 그들이 대중성을 겨냥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자신들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팀을 유지하고 상호작용을 하는지 드러냄으로써 동시대를 살아온 이들에게 인간 대 인간으로서 공감할 연결점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세븐틴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콘텐츠는 '자컨(자체 콘텐츠의 줄임말)'이다. '자컨'은 기존 예능에 아이돌이 출연하는 방식이 아닌 소속사에서 아이돌과 관련한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 그만큼 멤버 간의 관계성이나 팬들끼리 공유하는 아이돌의 캐릭터성을 콘텐츠에 녹일 수 있지만, 단점은 팬이 아니면 즐기기 어려운, 그들만의 세상이 되기 쉽다. 하지만 세븐틴은 다르다. 어쩌다 그들의 자컨이 팬이 아니어도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머글픽(팬이 아닌 사람들이 선택한 콘텐츠)'이 되었을까.
 
너도 세븐틴처럼 놀아볼래?

세븐틴의 자체 콘텐츠 '고잉 세븐틴(GOING SEVENTEEN)'은 최대 조회수 1000만을 기록할 만큼 높은 화제성을 보여준다. 단순히 숫자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들이 콘텐츠에서 보여준 게임이나 재밌는 장면은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속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고, 멤버들끼리 장난치면서 던진 멘트나 콩트가 '밈(meme)'으로 쓰인 적도 다반사다.

세븐틴은 방 탈출, MT, 마피아 게임, 드립 배틀 등 요즘 유행하는 소재나 1020 세대가 공감할 법한 문화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를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중요한 점은 그들이 시청자에게 일종의 친구처럼 다가간다는 것이다. 이는 타 아이돌의 자컨과 차별화된 특징이다.

'자컨'의 핵심은 관계성, 그리고 과시성이다. 그룹 전체가 게임을 하거나 무언가를 만들며 멤버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게 자체 콘텐츠의 특성이다. 설령 재밌지 않아도, 멤버들이 즐겁게 웃으면서 힐링 시간을 보내거나 서로를 대하는 방식을 알아가는 것만으로 팬들에게 만족감을 준다. 더불어 멤버들이 사는 호화로운 숙소나 라이프 스타일을 공개하며 그들이 범접할 수 없는 스타임을 부각하는 것 또한 자컨의 성격이다.

그러나 세븐틴의 자컨은 시청자가 그 안에 함께한다고 느끼게 한다. 똑같이 MT 콘텐츠를 찍어도, 멤버들은 실제 대학가에서 즐기는 술 게임을 하고, 숙취에 시달리며, 마지막 날 해장 음식을 억지로 먹는 등 평범한 20대들이 노는 방식을 따른다. 또한 멤버가 13명인 만큼 정통 예능의 문법에 익숙한 멤버들이 능숙하게 촬영을 이끌고 그 외의 멤버들이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하며 개그맨 뺨치게 웃긴 유머를 회차마다 선보인다.

'고잉 세븐틴'에 대해 가장 공감이 많은 반응은 "너무 재밌게 놀아서 나도 세븐틴 멤버가 되고 싶다", "팬이 아니어도 웃겨서 본다", "평범한 20대처럼 놀아서 재밌다"이다. 케이팝의 시장은 넓어졌지만, 한국 내 입지는 점점 마니악해지는 현 시점. 그럼에도 세븐틴이 선택한 생존 방식은 대중과 '친구'가 되는 것이다.
 
세븐틴표 <정의란 무엇인가>
 
 <13인의 성난 사람들> 2회 썸네일
<13인의 성난 사람들> 2회 썸네일세븐틴 공식 유튜브 채널 'pledis17'
 
세븐틴의 자컨은 도파민만 추구하지 않는다. 이제 그들은 시청자에게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난 5일 공개된 < 13인의 성난 사람들 > 회차에서 세븐틴은 심층 토론을 펼쳤다. 흔히 아이돌 콘텐츠에서 토론한다면 민초 vs. 반민초, 혹은 탕수육은 부먹이냐, 찍먹이냐 등 가볍고 유희적인 소재를 선정하기 마련이다. 허나, 세븐틴은 일반 토론 프로그램처럼 쉽게 의견을 결정할 수 없는 소재를 골랐다.

< 13인의 성난 사람들 >은 먼저 멤버들이 토론 방식과 규칙에 대해 의논하며 서로 존중할 수 있는 토론 문화가 무엇인지 정의 내린다. 이어진 토론 주제는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행복은 행복이라고 할 수 있는가', '선한 의도는 악한 결과의 면죄부가 될 수 있는가' 등 심도 있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시청자를 움직인 건 멤버들의 가치관과 진중한 발언이었다.

'피노키오를 죽이면 살인인가, 기물 파손인가'에 대한 토론에서 멤버 버논은 "피노키오가 엄연한 인격체를 지닌 존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그런 그를 지킬 수 있는 법이 기물 파손죄만 있어서는 안 된다. 부당한 법을 계속해서 바꿔가면서 역사가 이어졌다"고 발언했다. 멤버 민규는 "질문 안의 '죽인다'는 표현은 이미 피노키오가 생명체임을 상정했다. 그렇게 질문을 수정하고 토론을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지한 분위기로 임한 세븐틴의 토론에 "아이돌 콘텐츠에 감명받은 건 처음"이란 반응이 이어졌다. 특히 해당 콘텐츠를 본 시청자들이 댓글에 각자의 의견을 남기며 토론을 함께 이어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까지 끌어냈다. 자컨은 아이돌 홍보용이란 인식을 깨고 시청자와 함께하고 더 넓은 사고로 이끈다는 점에서 세븐틴의 자컨은 새로운 지평을 가리키고 있다.

아이돌 포화 상태와 더불어 최근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발언을 통해 콘텐츠의 품질과 소비 방식에 대한 의문점이 커가는 케이팝이다. 결국, 좋은 콘텐츠는 가장 인간적인 콘텐츠다. 아이돌이 예쁜 인형이나 거대 산업의 부품이 아닌 사람으로 다가가고 이를 시청하는 팬덤 또한 사람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콘텐츠. 어쩌면 세븐틴은 인간적인 아티스트를 꿈꾸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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